잘 버텼다 이젠 가라.

아디오스 2023

by BoNA

어느 한 해 평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자라며, 직장에서 할 줄 아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더 그랬던것 같다.


나아지겠지, 잘되겠지 형체도 없는 희망을 가지고 견뎌온 시간들과 이제 구체적으로 작별을 하고 싶다.


2023년 나에게 가장 큰 슬픔은 존경하는 어른과의 이별이었다.

살아온 중 가장 친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어른을 만났는데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이별을 했다.

참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마치 모 가수가 '아 테스형' 하고 절규하는 것 처럼 '아 선생님' 하고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디지털 자서전을 준비한다는 명분 아래 나눈 그 분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이고

자서전은 그냥 해프닝정도의 시작도 못한 스케치로 끝나 버렸다.

아쉽게도 마지막 이야기도 놓쳐 버렸다.

마지막 이야기는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였다.

사랑....

그 씁쓸하고, 쓸쓸한 이야기.

지독한 외로움의 원천이자, 밥벌이의 이이유가 되었던 그 사랑이야기는 차마 시작도 못하고 끝내지도 못한 채 혼자 가슴에 묻고 가셨다.

선생님을 정말 짧게 알게 되었지만 매주 화요일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이 내게는 올 해 가장 슬픈 이야기였다.


2023년 직장내의 고민들이 두 번 째 슬픔이었다.

8월 부터 매일 사직서를 들고 다녔다.

사춘기 소녀도 아닌데 그렇게 방황을 하고 경력을 단절하고 싶었다.

내가 슬펐던 이유는 내 자유에 대해 용기가 나지 않았던 점과 아직 나에게는 경제적 수요가 너무 필요한 점이었다.

자괴감과 밀려오는 권태가 나를 늙고 지치게 만들었다.

나는 새로운 곳으로 가기에는 애매하게 부족하고

무엇 인가를 시작하기에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안일하게 안주했던 나의 중년이 나에게 슬픔만 가져다 주었다.


자잘하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업다운을 계속 했던 시간들

산속을 걸어도 보고 강변을 미친여자 처럼 해집었던 시간들

미친듯이 먹어보고 잠들지 못했던 밤들

답이 없는 문제만 계속 풀어대고 있는 것 같았던 날들

잘 버텼다.

나 이제 안할거다.

가라.

나도 떠날테니 제발 너도 가라.

안녕 2023.


나는 알게 되었다.

버티면서 알게 되었다. 너의 혹독한 관심에 나는 무관심하는게 이 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을.

미안하지만 나는 24년에는 권태와 자괴감을 동력으로 만들고 새로운 선생님을 찾으러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에게 다가오는 많은 어린 친구들에게 더욱 신경쓰고 그들의 말을 경청할 것이다.


안녕 잘가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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