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만남

by BoNA

한국 미술에 문외한인 내게 갤러리 일을 하는 친구가 단색화가 김태호 작가님을 뵈러가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예술가와의 만남이 생소했고 그냥 그림이나 구경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따라 나섰다. 파주 출판단지 중심에 위치한 선생님의 연구소는 기대이상으로 멋진 공간이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잘 정돈된 화단과 몇그루의 나무들이 곧 만나뵈려는 분이 평범한 분은 아니시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연구소는 3층의 공간으로 나뉘어져있다. 1층은 전시공간이다. 선생님의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커다란 작품들이 전시되어져 있었는데 그 작품이 나를 압도 했다. 단정하고 강하며 정교하게 흐르는 색들이 하나인듯 여럿인듯 나를 삼켜버렸다. 갑자기 정신이 차려지면서 대단하신 분을 만나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전시공간 문 앞으로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은 해맑은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키는 조금 작은 듯 했지만 비율이 좋으셨다. 단정하고 다부진 외모에 그림의 느낌이 드리워져 있었다. 2층 선생님의 주거 공간으로 이동 했다. 말씀이 적으셨는데 손수 꺼내주신 다과들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집안은 현대적이었고 스승이신 박서보 선생님, 하종현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초기 작품들이 걸려있어 1층과는 또 다른 느낌의 전시장 같았다. 얼마나 생활이 정갈하신지 물건들의 위치며 정리정돈 되어있는 모습만 보아도 주인의 성격을 고스란히 알아볼 수 있었다. 3층은 작업실이라 했는데 그곳은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친구와 나는 파주에 살고있는 선생님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선생님의 근황을 들었다. 선생님은 말씀을 하시기보다는 잘 들어주시는 편이셨으며 잘못된 정보에 관해서는 정정을 해 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장한 제자의 제안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나의 만남은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식사를 시작하기전 선생님이 손수 수저를 챙겨주시며 물컵에 물을 따라주셨다. 음식이 나오자 5명의 어린 손님들의 음식을 똑같이 나눠주셨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선생님은 음식을 함께 똑같이 나눠 먹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그 누구도 더먹거나 덜 먹지 않게 공평하게 자신의 분량을 나누는 것이 본인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라고 하셨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선생님 댁으로 돌아와 마져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에게 존대말을 하고 계셨다. 간간히 제자들의 우스갯소리에 어린아이 같이 천진난만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너무 순순해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모두 헤어지려는데 선생님이 끝까지 한 사람 한 사람 배웅을 해주셨다.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선생님을 다시 딱 한 번만 더 뵙고 싶었다. 내 살을 파고드는 본능적인 느낌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나는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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