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행운아입니다.
" 나는 정말 행운아 입니다. 그 수많은 만남들이 나를 이렇게 성장시켰습니다. 저의 만남속에 모든 인생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조심스럽게 선생님을 다시 뵙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하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출판 단지 내부를 산책했다. 도시의 번잡한 시간들이 잠시 멈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연구소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오니 선생님이 문앞에 서 계셨다. 약속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오셨다. 선생님의 습관이었다. 제자나 지인이 오셔도 꼭 마중을 하시고 환송을 해주신다. 말씀이 적은 것을 생각해 볼 때 그 마음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습관이었다.
선생님과 2층 공간으로 올라가 다시 선생님이 뵙고 싶은 이유를 말씀드렸다. "저는 특별한 만남이 제 인생의 소망이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런 분이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답이 없으셨다. 그냥 입꼬리를 올려 미소만 지으셨다. 약 30초 정도의 정막이 흐르고 선생님이 말씀을 하셨다. " 나는 행운아 입니다.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제게는 선생님이셨고, 인생의 지침서였고, 때로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박서보선생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당시 대학에 자리가 없어 박서보 선생님이 입시생을 가르치셨는데 그렇게 박서보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대학을 들어가 조교를 신청했습니다. 회화과에 조교 자리를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갈 수 없었습니다. 현대미술을 하는 박서보 선생님의 제자라 회화과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종현 선생님잉 산업미술대학교 조교로 가보라고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말씀을 따라 산업미술대학교 조교를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게 된것이 제게는 또 다른 큰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제 분야가 아닌 다른 여러 디자인 분야의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이 훗날 대한민국의 유내놓으라 하는 유명한 작가분들이 되셨습니다. 그 분들과의 만남속에서 제 편협한 가치관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모습에 저는 제 시간을 당겨 보았습니다. 스승님들의 작품세계, 생활들을 보면서 저는 예술가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저는 정말 행운아였습니다. "
나는 선생님께 공짜 행운은 없다는것 쯤은 알고있으며 선생님의 행운의 근원이 무엇인지 당돌하게 물어보았다. 선생님의 또 소리도 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리시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다만 저는 시간을 아껴쓰는데는 철저했습니다. 스승님들이 신부름을 시키면 저는 버스를 타지 않고 제 사비로 택시를 탔습니다. 제게 시키신 일들은 항상 시간 보다 일찍 맞춰 놓았습니다. 그래야만 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돈은 벌면 되지만 시간은 쓰는 것이라 벌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저는 제 시간이 굉장히 소중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이틀만큼의 시간으로 하루를 삽니다. 저는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생각합니다."
수 많은 자기계발서와 자서전에서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대몫을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시간에 대한 철학을 육성으로 들으니 뒤통수를 한 대 쎄게 맞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금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고 있구나. 기억하고 체화 시켜야지. 소소하고 보통의 인생에 거대한 썰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선생님의 병원 약속으로 인해 오랜시간 동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지만 선생님과 매주 한 번의 만남을 갖기로 약속을 했고 선생님도 흔쾌히 이야기를 아니 선생님의 인생을 내어주시기로 약속을 해 주셨다.
역시 입구까지 배웅을 해 주셨다. 선생님의 온화한 미소를 여운처럼 남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동안 나자신이 행운아임을 깨닫게 되었고 백미러로 보이는 내 자신이 딴 사람 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