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마음이 나의 부족함이 아니었기를
아침부터 많이 덥다.
7월과 8월 너와 함께 보내는 여름이 너무 행복해서 더위가 심술쟁이 같은지도 모르고 시간이 지났다.
밤마다 산책을 나가며 나눴던 20대의 고민들, 너의 주변의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의 지난 이야기들이
더위 따위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깊었다.
너와의 여름날들은 기뻤다. 출근을 할 때는 퇴근하고 너랑 뭐 할까 고민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고 퇴근을 하면 너와 같은 취향의 음식을 나누며 소소한 일들을 약속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불현듯 더위가 느껴지면서 이제 우리가 또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겨울 코밑부터 발끝까지 이불을 촘촘히 덮어두듯이 너의 입시 결과에 대해서는 너도 나도 이렇다 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이 더위가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서운함과 아쉬움들을 꾹 꾹 찌른다.
항상 성실했고, 단 한 번도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던 너를 떠올리며 왜 우리가 그렇게 원하던 대학에서 너의 20대가 시작되지 못할까 하고 이미 바뀔 수 없는 사실에 불현듯 화가 났다.
너도 나도 서로 이야기는 깊게 하지 않았지만, 너는 그냥 순응하는 듯 나는 그냥 방관하는 듯한 것 같다.
가정에서의 서포트, 돈 내고 만들어 주는 경험의 결과들, 더 좋은 사교육을 제안하지 못한 엄마의 게으름, 심지어 원서조차도 너 스스로 준비하게 끔 했던 나의 이상했던 신념들. 왜 이 모든 것들이 이렇게 아쉬움으로 남을까? 내가 조금 더 극성맞게 준비해 줬더라면, 내가 조금 더 너를 간섭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나쁘지 않다는 말은, 차선이란 말은 이상하게 패배감이 느껴진다.
이제 다시 떠날 준비를 하는 너를 바라보며 왜 이제야 이런 감정들이 울컥 솟아오를까?
항상 인생이란 길 위에는 많은 선물들이 준비되어 있다.
돌아가는 길이 예쁜 야생화들이 피어있는 꽃 길이 될 수도 있고,
너무 좋은 길이라고 선택했는데 황무지 일 수 도 있고
생각 없이 걸었는데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다.
모든 것들이 삶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이 아쉬움들이 나의 부족함에서 만들어진 좀 모자란 감정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