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움추러 드는 어느 아침
인생의 멘토라 생각했던 선생님과의 짧던 만남을 뒤로하고, 그분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생각도 던져놓고 아주 조금 시간이 흘러 보니 코 앞에 가을이 짙어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뭐 딱히 목적을 이루며 사는 것은 아닌데, 시간은 정확히 잘 흘러가고 있다.
사람은 의미없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 늘 자신의 결정을 따라간다고 안셀롬 그린 신부님이 쇠렌 키르케고르의 '결정'에 대한 해석을 하셨다. 나는 늘 올바른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먹을까? 이다. 예전엔 허기를 면하면 그걸로 의미가 없었는데 요즘엔 건강, 소화, 집중력, 감정, 분위기등을 고려해 늘 먹거리들을 고민한다. 이런 고민은 피로감을 만든다. 선택의 전후에 피로감을 만든다. 선택하기전의 고려 사항들, 음식을 먹은 후의 만족도 여부가 너무 피곤하다. 인간의 간사한 취향과 기호가 피로감을 만드는 것이라 확신한다.
계절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자신의 결정을 따라 시나브로 역사를 써 나갔으면 좋겠다. 사무실 창문 너머로 시간의 변화를 간간히 느껴 본다. 오늘 아침은 등이 움추러들 정도로 쌀쌀했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올해도 씁쓸하다. 오늘은 서둘러 따뜻하고 가벼운 점심을 먹고 사무실 근처 공원이라도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계절은 또 어떻게 자신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지 나는 어떤 올바른 결정들을 하며 나의 인생의 역사를 써내려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