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가 끝나고 전광판에 터치를 하는 순간, 초시계는 멈추고 경기는 끝이난다.
20대가 끝나던 시점,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하고싶은 걸 하라고. 재미있게 살라고.
지금의 너는 너무 재미없는 삶이라고.
그러기엔 지금 내 삶이 너무 재미있다.
물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지 못하고 선택해야 할 시점이 올 때
선택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괴로운 마음이 들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다.
스무살의 나이에 실업팀 계약파기라는 어려움을 겪고, 레슨비를 벌기위해 시작한 수영강사 아르바이트를 통해 선수를 양성하는 수영코치라는 직업이 하고 싶어졌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강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땄고, 이후 코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땄다. 바로 내 팀을 만들었고, 학교 수영부 코치 자리도 꿰찼다.
이후에 공부를 하고 싶어 공부를 했고, 논문을 쓰고 싶어 논문을 썼다.
심판을 하고 싶어 심판을 했고, 강의를 하고 싶어 강의를 했다.
감독을 하고 싶어 감독을 했고, 글을 쓰고 싶어 글을 썼다.
다 쉬웠던 건 아니지만 딱히 다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다.
지금도 난 구질구질해보일지라도 수영선수생활을 하고 싶어 하고 있고,
부족해보일지라도 스포츠윤리학자가 되고 싶어 스포츠윤리공부를 하고 있다.
문제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 이를 다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 나는 원래의 나와는 다르게 아주 많이 우유부단해진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이걸해도 괜찮은 거같고, 저걸해도 괜찮을 거 같고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이런 생각에 깊이 빠져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외에 나는 참 하고 싶은걸 다 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여행을 가는 것일 수도, 술을 마시는 것일 수도, 춤을 즐기는 것일 수도, 뮤지컬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이 아니거나, 자신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른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사람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거나, 재미없는 인생을 산다거나 하는 섣부른 오해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난 지금 이순간도 후회 없는 깔끔한 터치를 하기위해 레이스를 해나가고 있다.
터치를 하는 순간. 나의 레이스에 후회가 없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