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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연 Oct 30. 2022

07) Dash

수영에서 Dash는 빠르게 질주하는 것을 뜻한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스피드를 조절해야하지만 우리는 필요한 순간에는 오랫동안 Dash를 해야하기도 한다.


2018년, 2019년, 2020년 내가 매 해가 끝날 때마다 올해 정말 힘들었다. 라고 말한 해이다.

박사과정이 많이 힘들었던 걸까.     

나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아등바등대는데, 뭐 하나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늪에 빠지는,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가득한게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휴학”이었다.

그후로도 긴 시간 생각해보았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고, 고민 끝에 지도교수님을 찾아갔다.     

‘저.. 휴학하고 싶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힘들게 힘들게 말을 꺼냈다.

‘그 이유는,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아등바등 하는데 이도저도 아닌느낌이에요.

그래서 다시는 오지 않을 제 선수생활에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올인하고 싶습니다.‘     

스무살, 한창의 나이에 코치와 공부와 수영을 병행하던 내가

스물여덟, 노장에 나이에 다시 운동에만 올인하겠다는 것은 매우 무모해보인다.

그러나 스물여덟의 내몸이, 스물아홉의 내몸이, 언제까지 운동선수의 몸으로 버텨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미 레이싱을 하기엔 닳을대로 닳아버린 엔진인지도 모른다.

박사학위가 급할 이유도 하나 없고, 오히려 다신 오지 않을 이 선수생활을 후회없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도교수님은 예상외로 단호박이었다.

‘딜레이는 없다.’ ‘선수에만 때가 있는게 아니라 공부에도 때가 있다.’

예상밖이었다. 그래서 어떤 말로 내 뜻의 전달을 이어가야할지 몰랐다.

“힘들어요. 노력한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아서 힘들어요. 이상태가 이어지면 계속될거에요.”

“주위를 둘러봐, 너보다 힘든사람이 없나. 많아. 하지만, 너는 운도 좋아.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이 운이 좋다는걸 인정안해. 부정하지. 내 실력이 운으로 치부되는것같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다 운이 좋아. 너도 운이 좋고, 나도 운이 좋지.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 비슷해.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아서 일찍 교수가 됬을거고. 너 역시 수영선수들 중에 운이 좋은 케이스지. 너보다 능력있는 수영선수가 얼마나 많니.“

맞다, 맞는말씀이었다. 역시 지도교수님 다웠다.


이러한 내 고민은 꽤나 오랜시간 이어졌다. 휴학을 하지 않고 선수생활과 박사과정, 코치생활, 강사생활을 병행하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무얼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지 길을 잃어갔다.      

나에게는 부모님을 제외하곤 두 명의 멘토가있다.

코치님과 교수님.     

코치님과 내 차를 타고 광주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원래는 팀에 있는 선수들과 함께가겠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은 기준기록이 있어 통과자만 출전이 가능했다.     

원래의 나라면, 대회장에서 적절한 긴장감으로 일찍 자고, 알람에 맞춰둔 시간 즈음, 알람이 울리기전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숙소를 나선다.     

하지만 도저히 일어나지지않는 몸이다.

하루종일 숙소에서 잠만 잔다. 

아침일찍 예선경기 전에 몸을풀기위해 숙소를 나서야하는데,

내 차 한 대로 와서 코치님이 밖에서 기다리는데,

도저히 일으켜지지 않는다. 눈이떠지질 않는다.     

예선경기가 끝난 후, 결승 경기 전, 보통의 나는 낮잠을 거의 안잔다.

하지만 잠만잤다. 예선경기가 끝나고 숙소와서 수영복을 널지도 않은채 잠들어

결승전 전에도 도저히 일어나지질않는다.     

피로가 쌓일대로 쌓였나보다. 

그런몸상태로 기록이 나올 리가.     

경기가 끝나고 코치님과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허심탄회한 속얘기를 꺼냈다. 내가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코치님은 말했다. 너가 시너지 효과가 났던건 선수와 코치를 할 때가 아니냐고, 그렇다면 그 두 개를 가지고 가는게 맞지않겠냐고.     

서울로 돌아오고, 교수님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휴학은 결국 내가 하지 않았으니 나의 선택으로 인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이런 기분을 벗어날 수 있을까.

교수님은 말했다. 너는 100을 다쓰고 있지만, 결국 여러가지 롤에 분산이 되고 있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선 너의 노력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그 뒤로도 나는 수년간 그 모든일을 병행하고 있다. 

Easy(훈련 중간 휴식을 위한 수영)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 오지만, 꽤 오랜기간 Dash를 하고 있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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