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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연 Oct 30. 2022

08) Easy

Easy는 수영훈련 중간 휴식을 위해 천천히 하는 수영을 뜻한다.

아마 2-3시간씩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Easy는 가장 중요한 수영일 것이다.


보통 시합장에 가면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감정이 들기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푹 자더라도 알람소리가 울리면 잽싸게 깨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그러했다.


시합장에만 가면 10시30분 안에 잠이 들어 6시30분 안에 기상을 한다.

웜업복과 시합복을 챙기고, 아침밥을 먹고 웜업을 간다.

오전에 예선경기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오후 결승경기를 위해 잠깐의 낮잠을 청한다.

하지만 나는 이 때 잠을 거의 자지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가 잠을 자라고 해도, 결승경기에 대한 긴장이 몰려와 눈만 감고 누워있었는데

일반부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오죽하면 룸메이트 동생이 “언니는 왜 잠을 안자요?”라고 할 정도 였으니.    

 

그런데 이러한 나의 시합장 패턴이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건, 아니 정확히 그 시점은 2017년 말부터였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지독히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나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 계기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틈틈이 노력했다. 연구실에서 철야신청을 해가며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공부하기 일쑤였고, 잦은 밤샘에 연구실에 놓인 라꾸라꾸는 내 전용이 되어있었다.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시합장에 가면 하루종일 잠만 잔다.

시합 전에 밥을 먹고 웜업을 해야하는데, 도저히 일어나지지가 않아 차라리 밥을 안먹고 시합을 뛰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기력또한 그때를 기준으로 점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이유를 찾으려했다.    

 

그런데 내가 늘 귀여워하는 애기같은 후배가 명쾌하게 답을 말했다.     

“언니는 시합장에서 쉬잖아요.”     


시합장에 오기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합을 뛰어도 시원찮을 판에

피곤에 흠뻑 젖은 상태에서 시합장을 오니 잠만자고 몸이 축축 쳐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내 삶에서 수영 경기를 뛰기 위해 시합장에 가는 그 일주일은 Easy와 마찬가지이다.

결코 쉬워서 Easy가 아닌 내 삶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Easy가 없다면, Dash도 Dive도 Negative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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