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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연 Oct 30. 2022

06) Negative

광주세계선수권 오픈워터 10km 경기 당일

수영에서 Negative는 전반보다 후반이 빠르게 수영하는 것을 뜻한다.

경마에서 추입과 비슷한 용어이다.

전략적으로 초반엔 뒤쪽에 있다가, 후반에 전력을 다해 역전을 노리는 것을 뜻한다.


"인생은 추입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나는 수영의 Negative를 통해 인생을 느낀다.


2019년 6월, 우리나라 최초로 오픈워터 스위밍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참고로 수영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경영을 비롯해, 다이빙, 아티스틱 스위밍, 수구 그리고 오픈워터 스위밍, 5종목이 있는데 다이빙에 하이 다이빙과 수구에 비치수구까지 세분화된다. 오픈워터 스위밍은 실내 수영장이 아닌 바다에서 진행되며 5km, 10km를 수영해야 하기 때문에 수영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종목.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최초로 오픈워터 스위밍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프린터로서 중학교때 잠깐 자유형 800m를 출전했고, 또 장거리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내 주종목은 경영에서도 초 단거리, 자유형50m, 100m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학교 이후론 장거리를 하지 않았던 내가 5km, 10km를 수영해야 하는 오픈워터를 할 수 있다고?' 하며 되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속에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냥'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지금에와서도 후회없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단거리 수영선수가 왜 수영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오픈워터에 출전할 생각을 한 거냐?"


오픈워터 선발전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뒤부터 가장 많이 들어왔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왜'라는 질문에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돌이켜보면 어떤 일을 할 때, '이걸 해야지' 라며 계획을 세우고 실행했던 적이 별로 없었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걸 도전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좋은 결과가 따라올 때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먼 길을 돌아가도 했다. 흔히 말하는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해야 했다.



"미친 거 아냐?"


코치님께 10km 오픈워터 선발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을 때, 황당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시던 코치님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계속 고집을 부렸고, 결국 저의 고집을 꺾지 못한 코치님께서는 내 훈련을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훈련 첫날부터 코치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코치님은 단거리 선수가 10km를 한번에 완주해야하는 오픈워터를, 그것도 오픈워터에 처음 도전하는 초짜가 단기간의 준비로 과연 해낼 수 있을지 진짜 헤엄쳐야하는 나보다 훨씬 걱정했다.


우선은 단거리에 적응되어 있는 몸부터 바꿔야 했다. 이전까지 몸은 단거리 선수로서 전체적인 운동량은 비교적 적게 가져가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힘을 폭발시키는 강도 위주의 훈련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오픈워터를 하기 위해서는 힘을 분산하고, 긴 시간동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힘과 체력을 더 늘려야 했다. 이를 위해 하루 운동량을 평소 운동량보다 4배 가량 더 늘리는 훈련 스케줄을 짜고 소화했다. 수영장에서 쉬지 않고 한번에 5000m를 도는 연습을 반복했다. 


선발전 당일, 바다 속에서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파도를 타는 느낌이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매년 여름이면 했던 바다 수영과 한강 건너기 대회 때의 추억이 또 한번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실내수영장에서 했던 10km보다 바다에서의 10km가 더 수월한 느낌이었다. 바닷물이 생각한 것 보다 너무 짜다는 것과 간혹 밀려오는 해파리에 대한 두려움만 뺀다면, 정말이지 그냥 즐기는 시합을 했다.


그리고 난 운 좋게도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이후 여수선수촌에 입촌해서 광주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했다.


오전엔 바다에서 훈련하고, 오후엔 실내수영장에서 훈련하는 일상이 매일 반복됐다. 훈련의 양과 강도는 선발전을 준비할 때보다 더욱 더 높아졌다. 힘들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힘들고 고된 하루 훈련이 끝날 때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광주 세계선수권 오픈워터 경기 3일전, 어깨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오른쪽 어깨 힘줄이 찢어졌네요."


지난 며칠간의 통증으로 어깨가 좋지 못할 거란 예상은 했지만, 힘줄이 찢어졌다니... 


의사 선생님께 "세계선수권 시합이 3일 밖에 안 남았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포기하라고, 경기에 출전하지 말라"고 답했다. 


선수촌으로 돌아 온 이후, 삼일 내내 어깨에 얼음을 대고 있었다. 도핑에 문제가 없는 소염진통제를 먹으니, 통증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대로 경기를 포기하는 것은 팀과 그동안 함께 훈련해 온 동료들에게 미안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선수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가슴에 달린 태극마크의 무게는 부상의 고통보다 훨씬 더 무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깨의 통증은 무시하고, 대신 그동안 해 온 훈련량을 믿고 경기에 출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광주세계선수권 오픈워터 10km 경기 당일, 후회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초반에는 함께 출전한 또 한명의 국가대표선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쳐져있었지만,

8km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한 명 한 명 선수를 제쳐가며 레이스를 해나갔다.


수영마라톤의 경험은, 역경을 디딜 수 있는 인내와 negative할 수 있는 전략을 나에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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