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치고 싶다면?
비가 그쳤다. 땅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동호인들에겐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빡빡한 일상을 비집고 간신히 테니스를 밀어 넣었기에 그들은 간절하다. 위험을 무릅쓰고 테니스를 치러 간다. 나의 이야기다. 글을 보는 독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온 뒤에도 테니스를 즐기기 위한 팁을 전달하려 한다.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해 본다.
첫째, '공의 스핀량 감소'다. 공과 땅이 만날 때 마다, 공은 땅으로부터 물을 공급받는다. 공 표면의 물은 라켓과 공의 마찰력을 감쇄시킨다. 스핀량이 급감한다. 스핀 기반 플레이의 이점이 떨어진다. 탑스핀을 강하게 주는 스트록이나 슬라이스, 킥서브 등의 위력이 떨어진다.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스핀 구질보단 플랫 구질로 상대를 대적하는 게 좋다. 세 가지로 서브나, 플랫 스트록의 양을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둘째, '부상 위험 증가'다. 물을 머금은 공은 무거워진다. 무거운 공을 같은 세 가지로 치면 공은 덜 나가게 된다. 평소처럼 공을 보내기 위해 더 강하게 공을 쳐야 한다. 무거운 공을 더 강하게 치다 보니, 신체에 부하가 많이 걸리게 된다. 신체에 무리가 간다. 유행하는 테니스엘보나 손목 부상이 찾아오기 쉽다. 이뿐만이 아니다. 젖은 땅은 발과 땅 사이의 마찰력을 줄인다. 미끄러지기 쉽다. 테니스는 격한 운동이다. 좌우 앞뒤로 급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 조심해야 한다. 뒷걸음질치다 머리를 박은 자로서, 부상 경험자로서의 조언이다.
셋째, '정확한 문제 원인 파악'이다. 비는 많은 변화를 만든다. 변화는 실력을 의심하게 할 수 있다. 잘 맞던 공이 왜 안 맞지? 하는 의문이 올라온다. 비가 만들어낸 문제를 나의 문제로 치환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공이 짧아지는 현상의 원인을 비 때문에 무거워진 공이 아닌 세 가지로 자세로 잡아선 안 된다. 이런 판단을 하는 순간, 비 온 뒤 테니스가 독약이 된다. 정확한 문제 원인 파악에 주력하자. 만일 비가 원인이라면 과감히 웃어넘기자.
세 가지로 내용을 축약해 봤다. 한 번 더 축약해본다. 만일 꼭 비 온 뒤 테니스를 쳐야 한다면 짧게, 가벼운 마음으로 치길 바란다. 길게 친다면 부상위험이 커지며, 진지하게 친다면 늘어난 변수들로 머리가 혼잡해질 것이다. 비와 동행하기 위해서 테니스와 적절히 타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