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코로나

by 헵타포드

나는 테니스를 사랑한다.

그래서일까? 삶 속 운동량은 충분하다.

테니스를 넘어 테니스를 위한 운동까지,

삶에 꽤 많은 시간이 운동으로 할당된다.

그래서일까? 대 코로나시대는 나를 비껴가는 듯했다.


2주 가량의 인도 출장이 잡혔다.

상대적으로 짧은 출장이었기에,

나는 헌신적으로 업무에 임했다.

과중한 업무는 몸에 무리를 줬다.

업무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주재원들과의 교류를 위한 술자리,

인도의 시차, 인도의 기후, 인도의 음식 등.

다양한 변화는 몸에 무리를 줬다.


니름 조심한다고 조심했다.

다행히 음성으로 한국 무사 귀환에 성공했다.

코로나의 특징이 잠복기랬던가,

하루 뒤 비실거리기 시작했다.

비실은 비실비실, 비실비실비실로 바뀌었고

며칠 뒤 병원은 내게 양성판정을 선사했다.


병에 관대한 편이다.

아파도 병원에 곧장 가지 않는다.

신종플루땐 40도가 넘었지만 앉아서 공부했다.

마치 관우가 뼈를 긁는 수술 중 바둑을 두듯이,

담담하게? 미련하게? 참는 걸 즐기는 편이다.

이번 코로나도 내겐 그다지 대수롭지 않았다.


허나 이번 코로나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옆엔 임신 초기의 아내가 있었다.

아내가 처가로 내려가는 방안,

내가 모텔에서 숙박하는 방안 등을 떠올렸다.

아쉽게도 직장인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방안은 현실에 가로막혔고, 우린 차선책을 택했다.

'각방'이다.


18평짜리 59B타입

방 2개에 화장실은 단 하나

공용이 전용면적을 압도하는 복도식 구조

곧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

우리 집에 붙는 수식어다.

차선책의 실효성은 낮았다.


아내는 코로나에 걸렸다.

임산부의 코로나는 위험하다.

뉴스 기사에도 자주 언급되었다.

임산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는게 문제다.

병원의 심정도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된다.

두 생명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니,

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모험이다.


햇살이에게 약은 좋지 않다.

아내는 약을 먹지 않는다.

이러나저러나 아내의 열은 점차 높아졌다.

아내는 햇살이를 위해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나 고통은 웃으며 몸무게를 올린다.


술병에 걸렸을 때 플랜B로 수액을 맞듯이,

코로나란 질병도 수액이란 플랜B가 있었다.

허겁지겁 나는 플랜B를 실행에 옮겼다.

플랜B 또한 쉽지 않았다.

나는 대략 50여 통의 전화를 돌렸다.

단 한 곳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혹여나 맘이 바뀌실라, 곧바로 출발한다.

마약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수액빨로 아내는 평온해진다.


다음 주 아내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남은 건 햇살이의 상태다.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아갔다.

천만 다행이다.

햇살이는 건강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한 고통은 꽤 컸다.

그러나 건강한 햇살이를 보는 순간,

고통은 삽시간에 햇살에 녹아 내렸다.

단 한순간에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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