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거푸집틀

by 헵타포드

27주 3일,

입체 초음파 검사 예정일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뱃속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단다.

맘카페 썰에 의하면 꽤 정확하단다.

왠지 모를 설렘을 안고 병원으로 떠났다.


검사를 진행한다.

차례차례 진행한다.

팔다리, 목두께 등 다른 부위는 정상이다.

하이라이트, 대망의 얼굴만이 남았다.

부끄러워서일까? 얼굴을 가린다.

팔과 다리로 야무지게 얼굴을 감춘다.

내성적인 성격인 건가?


의사는 한 바퀴 걷고 오란다.

팔다리가 얼굴에서 멀어져야만

햇살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단다.

몸치인 아내는 좀 더 경쾌하게 걷는다.

그걸론 부족해 보인다.

평소에 좋아하는 공차를 사 먹인다.

달달한 걸 먹으면 햇살이가 날뛰기 때문이다.


20분간 파워워킹, 파워이팅을 끝마친다.

설레는 마음으로 초음파실을 향한다.

팔은 멀어졌다. 다리는 아직이다.

하지만 분명 빈틈이 보인다.

의사는 그 지점을 노린다.

성공한다.


뱃속이지만 우린 햇살이의 얼굴을 영접한다.

아이의 경이로움에 휩싸인다.

생명의 소중함에 감사한다.

그러다 역시나 소소한 논쟁거리에 빠진다.

"누굴 더 닮았는가?"

엄마냐? 아빠냐?

내 눈엔 정답이 훤히 보인다.

메타인지가 부족한 아내는 극구 부정한다.

거푸집틀이 될 순 없다며 항변을 토한다.

항변에 굳이 대응할 필욘 없다.

나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 뒤 좀 더 현명한 방법을 택한다.


부모님, 친척, 친구들에게 사진을 뿌린다.

빅데이터는 차근차근 모인다.

아내는 서서히 이성을 되찾는다.

나의 압승이다.




이러나저러나 아내는 햇살이에게 빠져버렸다.

사실 누굴 닮느냐는 그닥 중요한 문젠 아니었다.

우릴 닮은 생명이 크고 있단 사실이 중요했다.


내 감정은 아직 모호했다.

'나를 닮은 내 아기'는 아직 내게 생소했다.

이러나저러나 아기는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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