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자아를 지닌 존재

by 헵타포드

제왕절개냐 자연출산이냐?

이 둘을 두고 아내는 고민했다.

INTJ인 나에게 답은 명확했다.

제왕절개다.

자연분만은 변수가 많았다.

분만 중 차도가 없을 시 제왕절개로 전환되기도,

분만 중 회음부가 과하게 찢어지기도 했다.

이점이 딱히 안보였다.

면역력에 좋다는 말도 딱히 근거가 없었다.

뭐 이러나저러나 아내는 고민했다.

더 고통스러울지언정, 아기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단다.

모성애 딱 반만큼의 부성애를 지닌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정은 색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임신 중기에 아기는 돌아 눕는다.

머리가 바닥을 향하다가,

머리가 하늘을 바라본다.

햇살이는 돌아 눕지 않았다.

이를 전문용어로 역아라고 한다.

의사는 햇살이에게 역아를 판정했다.

연달아 산모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의사의 결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다 다른 결론에 다다른다.

이는 햇살이의 결정이 아닐까?



그녀는 하늘보단 땅을 향해 수영하고 싶었고,

우린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둘이 아닌 셋이 됨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인격을 가진 둘 간에도 의견대립이 분분한데,

셋은 어떨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테다.

아직은 먼 미래지만 큰그림 하나를 그려본다.

햇살이와 우리부부 셋이 모여 저녁식사를 한다.

식사 이후 간단히 앉아서 토론을 진행한다.

토론 주제는 다양하다.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는 행위는 정당한가?"부터

"가족의 화목을 위한 지금의 대화량은 적당한가?"까지

다양한 토론을 진행한다.

지성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제시한다.

나이는 중요치 않다.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고,

우리는 서로 이를 존중해준다.




상상은 계속 이어진다.

어느덧 23년 3월 17일,

재왕절개 예정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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