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정리정돈의 귀재다.
중력은 모든 물체를 묶어둔다.
책, 신발, 가방, 냉장고, TV 등
모든 물체는 정돈된 채 자기 자리를 지킨다.
사실 나는 삶 속에서 중력을 자각하지 못했다.
인간은 중력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때처럼 내 생각은 편견 덩어리였다.
담이란 인간은 태어난 직후 곧바로 중력과 조우했다.
아내의 뱃속 무중력 상태와는 달랐다.
무언가 자신을 끌어내린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던 나머지,
유일한 소통 수단인 울음을 터뜨린다.
꾸역꾸역 적응한 뒤 눈을 뜬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몸을 뒤척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담이에게 중력은 너무나도 강한 힘이다.
몇 개월이 흐른다.
그나마 가벼운 부위를 통제한다.
손가락을 꼬물거린다.
나아가 팔다리를 파닥거린다.
하지만 아직 몸통은 무리다.
몇 개월이 흐른다.
목 근육이 발달한다.
낭창거리던 머리를 고정시킨다.
누군가 부르면 천천히 머리를 돌린다.
몇 개월이 흐른다.
코어 근육이 발달한다.
팔다리를 힘껏 저으며 반동을 줘 본다.
수 차례 낑낑거림 끝에,
뒤집기에 성공한다.
6개월이 흐른 지금도 담이는 사투 중이다.
뒤집고 되짚는다.
일어서기 위해 엉덩이를 들썩인다.
빠르게 목표물을 향해 기어간다.
하지만 아직 중력은 너무나도 세다.
중력에 힘에 굴복할 때쯤,
담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처음 중력과 담이의 사투를 직관했을 땐, 그저 웃었다.
가소로운 웃음이었다.
중력 하나 이기지 못하는 인간이란 피조물이,
너무나도 나약해 보였다.
그러나 점이 아닌 선을 보게 됐을 때
나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담이는 매 순간 노력했다.
중력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매일 분유라떼를 먹고 나아갔다.
그리고 하루하루 눈에 띄게 발전했다.
담이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났다.
6개월이 더 지나면 1년이 된다.
나는 보지 않아도 안다.
담이는 6개월 뒤에 걸을 것이란 것을.
중력을 극복할 것이란 것을.
문득 6개월 뒤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과연 나는 담이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담이는 내게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