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20대를 지탱해 준 것들

20대의 책장을 열며

by 디제이K Jan 22. 2025

이사를 다니며 참 많은 것들을 버렸다.

버리고 채우고, 또 버리고 채우고.

동일한 과정을 헤아릴 수 없이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지.

지난 20년 동안 해외 주재 근무 중 이사를 최소 10번은 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 숱하게 많은 옷가지, 책, 짐들을 버렸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한국으로 복귀를 결정하고 나서, 대부분의 가재도구와 짐을 해외 현지에서 정리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과 유년 시절의 흔적들을 담은 그림들을 포함해서 차마 버리기 아까워 차고 차곡 모아두었던 물건들 중 부피가 있고 관리가 어려운 것들을 미련 없이 다 버렸다.

그리고 최소한의 물건만 한국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내려놓고 버리고 비우는 것이 한편으로는 삶을 가볍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면서도, 참으로 많은 물건들을 쓰지도 않으면서 소유하고 있음을 알았다.

굳이 미니멀리즘은 아니라 하더라도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갖고 있음으로 해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다는 생각에 귀국길에 과감하게 처분했다.


옷가지와 가재도구는 garage sale을 통해 팔았지만 우리말로 된 책은 그냥 폐지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여러 차례 버림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책이 지금 책장에 꽂혀 있다.

오랜 세월 신유목민 생활에서 살아남은 오래된 책들은, 그래도 나름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이기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책들은 30대와 40대를 거치며 앞만 보고 질주하기에 바빠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내가 머물던 공간 어딘가에서 항상 나와 같이 했었다.


그 몇 권 남지 않은 책들 중 20대를 나와 같이 했던, 나를 지탱해 주었던 글이 담긴 책을 몇 년 전부터 가끔 꺼내 읽어본다.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고 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책 몇 권을 꺼내, 수십 년 전 밑줄 친 글귀들을 들여다본다. 생소하지 않다.

30년이란 세월은 의식적으로 꽤 긴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 그리고 평소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많이 닮아 있다.


그 20대 흔적들을 옮겨 본다.


첫 번째 책, '인생의 승부에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1992 

나폴레옹 힐, 데일 카네기 등 당대 유명한 멘토들의 조언을 정리하여 번역한 책이다. 

현실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밑줄이 많은 것 같다.

조그만 우물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와 처음 겪는 직장 생활, 사회생활을 시작한 25세 청년.

그가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도움을 받고자 처절하게 노력했던 흔적들이 묻어있는 책이다.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서점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책 제목이 끌려서였다는 기억이 든다.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승부라면 한번 이겨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듯하다.


- 자기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당신 자신을 값싸게 팔아서는 안 된다.

- 당신의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가 지능이나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하루에 몇 번이고 상기하기 바란다.

- 배는 항구 안에 있을 때 훨씬 더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있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인생은 산책이 아니라 행진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행동가가 되어야 한다. 목표를 설정하고도 행동하지 않으면, 당신의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지 말고 행동하라.

- 당신이 끝없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당신은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 당신은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 사람이란 그 사람이 하는 사고방식의 소산이다.

- 당신은 누군가를 비판함으로써 당신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책임을 무마하려고 한다.

- 희망하는 자나 비판하는 자가 되지 말고 행동하는 자가 돼라.


- 나는 아무 결단도 내리지 않는 것보다 설사 완벽한 결단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쪽을 택하겠다. 나폴레옹 힐

- 끈기란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끈기는 습관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 젊은이들이 맨 먼저 떠올리는 충동적인 사고는 남들이 무엇이라고 말할까 하고, 타인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그것이다.

- 계속하는 것이 힘이다. 신은 인내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 당신이 진정 싸워야 할 싸움은 당신 자신과의 싸움이다. 언제까지나 당신이 외적인 것에 힘을 쓰고 있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 앞을 향해 나아가는 한 나는 어디론가 갈 것이다. 인생은 성장의 과정이다.


두 번째, 왜 사는가를 묻는 젊은이들에게, 1993

이미 고인이 된 김동길, 안병욱 교수 등 당대 멘토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고달픈 신입사원 시절 그들의 메시지는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

철학적, 사변적 내용들이어서 밑줄이 별로 없다. 

그러나 당시 그들의 진심 어린 조언들의 내용이 좋아서 아직 간직하고 있다.


- 오늘의 내가 가진 벽을 깨려는 의욕

- 그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요 실존을 확인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김후란)


- 오늘이 네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라!

- 철학자의 지혜와 예술가의 정열과 종교인의 성실성을 가지고, 나에게 주어진 이 고귀한 인생을 우리는 진지하게 살아야 한다. (안병욱)


세 번째 책, 후회 없는 젊은 날을 위하여, 황인수(전 육사교장) 1994

지금 보니 육사 교장답게 딱딱하게 올바른 말을 많이 써 놓았다.


- 20대에 아름답지 않다면, 30대에 강직하지 않다면, 40대에 현명하지 않다면, 그리고 50대에 재물이 없다 그 인생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 성공의 비결은 위험(risk),  계획(plan), 돈(money), 인내력(patience)이다. '20대에는 위험을 쫓아라. 실패의 위험을 경험하지 못한 20대는 인생에서 성공을 쟁취하지 못할 것이다.


30년 전 나의 20대를 들여다본다.

30년 만에 일기장을 꺼내 읽고, 20대 청춘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책을 꺼내 읽으며, 그리 생소하지 않고 지금의 나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경험을 하면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20대를 보내며 가졌던 생각, 말, 행동 그 어느 것 하나도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며, 일을 하고, 사랑을 만들어 나가면서 20대는 흘러갔다.

그때 나를 지탱했던 것은 나의 생각, 사고, 말, 행동이 되어 우주로 발산되었고, 그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지난 30년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도전,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 그리고 사랑과 영혼의 성장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어떤 힘에 이끌려.


그 씨앗은 20대에 이미 뿌려졌다는 것을 30년이 지난 지금 새삼 깨닫고 있다.

그리고 지금, 아직도 씨앗을 심고 있다.





 



이전 05화 20대의 일과 사랑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