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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강 Feb 08. 2023

미끼 論

광고 크리에이터 교본 54.

<낚시질>이 유행을 넘어 디폴트가 되었다.


온라인 생태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낚는 자와 낚이는 자.  낚는 자 돈을 벌고, 낚이는 자 털린다. 포탈 뉴스의 모든 헤드라인은 미끼가 된 지 오래다. 윤리적 질문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 오래다. 광고 크리에이티브도 피해 갈 수 없다. 열 일을 제쳐두고 우선은 <낚아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미끼에 낚이는가. 재미있거나 낯설거나 궁금하거나 일생에 도움이 될 것 같거나.  <재미>는 <의미>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다. 반드시 완결적인 필요도 없다. 그냥 하나의 <꺼리> 형태로 충분하다. 제대로 된 꺼리만 던져주면 낚이는 분들이 알아서 저희들끼리 잘 논다.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라고 노래하던 Rocket Punch Generation(... 도 이미 중년이 되었겠구나, ㅠ ㅠ 거듭 말하지만 나는 20세기 카피라이터다. 오래된 노폐물 같은)  See the unseen, Expect the unexpected. 광고 역시 뉴스 저리 가라 치열할뿐더러, 뉴스나 SNS보다 더 <기필코> 재미있어야 할 분야 아니냐.

 

잘 나가는 탤런트나 아이돌을 기를 쓰고 잡는 이유도, 최신의 촬영 편집 테크놀로지에 목숨 거는 이유도, 그리고 돈 없는 집은 엄두도 못 낸다는 이제는 초딩들도 알 정도로 상식이 된 티저 광고도, 모두가 양질의 미끼를 걸기 위한 몸부림이다. 근데 이렇게 전부 마각이 드러난 미끼도 과연 미끼로 작동이 되는 걸까. 언제까지 똑같은 낚시질에 속아줄까. 낚이는 자에게 미끼가 되어야 미끼지 낚는 놈이 저 좋아서 거는 메뉴가 그게 다 미끼가 되는 걸까.

 

좋다. 재미가 없으면 일단 시작이 되지 않으니까. 좋은 미끼를 고안해 내는 작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일은 물고기를 잡아먹겠다는 <죽이는 낚시>가 아니다. 일단은 낚되 낚아서 든든하게 살찌우겠다는 <살리는 낚시>이다. 살아서 두고 두고 낚여 달라는 낚시다.


플랫폼이 별 건가, 물고기 잡아다가 연못에 사육하는 거 아닌가. 연못이 클수록 낚은 물고기가 많을수록 파라다이스로 추앙받으며 돈 버는. 우리는 모두 애플에, 카카오에, 쿠팡에 낚인 물고기들이다. 때문에 시작이 전부가 아니며, 어느 순간 미끼가 사료로 바뀌어야 하는 현타의 순간이 오게 되어있다. 낚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가 풍부한 낚시질이 되어야 한다. 한 시점 적절한 때가 되면, <재미>는 그대가 의도한 <의미>로 절묘하게 치환되어야 한다. 말장난하지 말고 돈 장난하지 말라(돈 gr이 때로 되긴 되더라 ㅠㅠ). 낚시도 진심을 담아야 한다. 종국에는 <뭐>가 있어야 한다.

 

일단 낚아라. 낚되, 낚인 다음 빡치게 만들지 말고 미소 짓게 만들어라. 기분 좋게 낚인 분들은 연못에 드신 다음에도 기꺼이 또 낚여 줄 것이다. 왜냐, 자신들에게 자양이 되는 유익한 입질이었으므로.  아 놔 개 확... 열나 낚였네,는 최악이다.  돈 쓰고 안티 만들 일이 무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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