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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Mar 26. 2021

만선이다!

작곡마당 이야기 (3)

자유로운 작곡가들의 모임인 "작곡마당"이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세월을 정리해 보고자 몇편에 걸쳐서 작곡마당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세번째 이야기로 작곡마당 회원 작곡가들이 민요 공부를 통해 작품을 발표했던 특별한 시간에 대해 적어법니다. 글의 모티브는 5년 동안 이어진 "민요, 작곡마당 서다"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제 작품 중에서 공연 영상이 가장 양호한 작품을 중심으로 출어보았습니다. 


"작곡마당 이야기" 1편과 2편도 링크해 드립니다.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28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29




장르와 전공을 초월한 작곡가들으의 모임인 작곡마당은 2001년 창립 이래 매년 꾸준히 2~4회 회원 작품 발표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부정기적으로 작곡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특별한 테마가 있는 기획 공연을 제작하곤 했고, 관심사가 비슷한 회원들끼리 소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2003년에는 부암아트홀과 공동으로 <사각무대>라는 월례음악회를 진행했다. 매 음악회마다 네 명의 작곡가가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발표하고 관객들에게는 채점표를 나눠주고 평가를 받는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개월 동안 흥미로운 공연들이 이어졌다. 

같은 해 처음으로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장르의 벽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첫 작품집을 CD과 악보집으로 제작했다. 작품집 제목답게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과 작곡가들의 사연을 담았다. 

2004년에는 갤러리 음악회가 2가지 있었다. 민족음악연구회 피아노마당에서 같이 활동하던 피아니스트 최경혜 님의 제안으로, <동경>이라는 주제를 갖고 작곡마당 회원 작곡가들이 짧은 피아노 곡들을 작곡해서 같은 제목의 전시회에서 연주했다. 

또 한가지는 작곡마당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주셨던 음악평론가 탁계석 선생님의 제안으로 서양화가 이순형 화백과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 <동물환상곡>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회와 음악회를 연계한 행사를 기획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기획이었는데, 이순형 화가와 함께 그림 별 테마를 잡아 작곡과 그림 작업을 병행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역시 작곡마당 작곡가들이 여러 명 참여했다. 


소모임 중에는 지금까지 중도하차 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해 온 “아이가(歌)”라는 그룹이 있다. 2007년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노래>라는 제목으로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음악회를 2차례 개최했었는데, 이 때 어린이 음악에 관심 있는 회원들이 모여 “아이가(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처음에 다소 우왕좌왕하다가 끝까지 남은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몇몇 작곡가를 영입하여 8명의 작곡가로 구성된 모임이 결성되었다.  “아이가(歌)” 어린이를 위한, 또는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동심 어린 음악을 꾸준히 작곡하여 공연, 음반 제작, 악보 출판 등의 사업을 해나가는 전문적인 음악단체로 자리잡았다. 


2007년에 또 한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회원 중 민요 연구에 남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던 작곡가 김정희 님이 관심 있는 회원들과 함께 토속 민요 공부를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작곡가들을 모집했는데, 모임 장소를 구하다가 좀 더 많은 음악가들이 관심을 보여서 모임 규모가 커졌다. 작곡가들 뿐 아니라 소리꾼, 연주가, 음악이론 전공자 등 여러 음악가, 음악학도들까지  참여하여 연초부터 열띤 분위기로 민요 공부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민요 공부의 또 다른 목표는, 공부한 민요를 바탕으로 국악기를 위한 실내악곡을 창작하여 발표회를 갖는 것이었다. 민요 공부와 공연 기획 과정을 거쳐 음악회에 참여할 작곡가들이 정해졌다.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 포스터 모음

작품을 발표하기로 한 작곡가들은 우리나라의 각 지역 별 민요를 검토하여 자신이 다루고 싶은 토속 민요를 선택하고 작곡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최상일 PD님의 도움도 컸다. 오랜 기간 우리나라 토속민요를 채집하여 집대성한 <MBC 민요대전>을 제작했던 최상일 PD님은 토속민요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해 주셨고,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라는 공연 타이틀도 지어주셨다. 공연에 직접 출연하여 민요 해설까지 하며, <민요, 작곡마당> 프로젝트를 열성적으로 응원해 주셨다. 

이 프로젝트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부분은, 당시 최고 수준의 20~30대 젊은 국악 연주가들이 공연에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파트의 국악기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5년 동안 이어진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에 대금 연주가 이아람, 김동근, 피리 연주가 안은경, 이승헌, 해금 연주자 김보미, 아쟁 연주가 이화연, 신현식, 가야금 연주가 성유진, 박경소, 거문고 연주가 구교임, 타악 연주가 윤호세, 고명진 등이 이 프로젝트에 큰 의미를 두고 한 팀을 이뤄 매년 공연을 이어 나갔다.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 프로젝트는 작곡마당의 기획 공연 중 가장 주목받았던 시리즈 음악회였다.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는 해마다 특별한 주제를 정해서 민요를 선곡했다. 2007년 “제18회 신동일의 작곡마당”으로 치러진 첫 공연은 포괄적으로 작곡가마다 지역 별로 민요를 한 곡 씩 선택해 작업했고, 이듬해부터는 특별 기획 공연으로 시리즈를 이어갔다. 2008년 <한반도의 뱃노래>, 2009년 놀이 노래(유흥요)들을 주제로 <캥마쿵쿵 놀아보세>, 2010년 의례요를 주제로 <느시랑 거리며 왜 왔댔나>, 2011년에는 다시 자유로운 테마의 <여기도 하나>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한반도의 뱃노래>는 특히 주목받아서 몇몇 라디오 방송에서도 소개되었다.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 공연들은 작품의 원작이 되는 민요를 소개한 뒤에 이를 테마로 한 창작곡을 연주하는 공연 형식으로 교육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 공연 사진 모음

나는 공연마다 전체 연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마지막 곡을 주로 담당했다. <한반도의 뱃노래> 공연에서 내가 선택한 민요는 충청남도 태안의 뱃노래 중 “만선 풍장소리”였다. 지금은 우리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노래인데,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민요다. 장쾌하고 멋들어진 노래와 시원한 태평소 가락이 매력적이다. 내 작품의 제목은, 조기를 배 한 가득 잡고 육지로 돌아오면서 흥겹게 부르는 노래임을 생각하여 <만선이다!>라고 붙였다. 

<한반도의 뱃노래> 공연은, 참여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조율하는 과정이 특히 힘들었고,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작품이 많아서 내가 지휘를 해야 하는 순서도 많았고, 연주자들도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연주였다. 마지막 순서로 <만선이다!>를 연주할 때 피리 연주자는 입술이 풀렸고, 다른 연주자들도 많이 지쳐 있었다. 마지막 무대를 지휘하면서 속에서 뭉클하는 게 올라왔는데, 연주자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는지, 객석의 반응이 대단했다. 기억에 남는 공연 중 손꼽을 만하다.    




음악가 소개


김정희 작곡가, 민요 연구가. “제1회 신동일의 작곡마당”을 함꼐 한 뒤로 작곡마당의 중추적 역할을 해 왔다.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한국음악 작곡을,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이론으로 석사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작품집 <일천 기러기 날아가듯> CD 발매. 2007년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 시리즈를 제안해 5년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https://youtu.be/_WBzgrOS4XI

"민요, 작곡마당에 서다" 총 5번의 공연 중에서 2008년의 <한반도의 뱃노래>가 가장 촬영이 잘 되었는데, 유투브에 업로드한 지가 오래 되다 보니 영상 퀄리티가 좀 떨어지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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