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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Apr 05. 2021

작곡마당 이야기 (4)

작곡마당 20주년

장르와 전공을 초월한 작곡가들의 모임, 작곡마당 20주년을 맞아 지난 세월을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네번째 이야기로 작곡을 전공한 회원들에 대해 기억해 봅니다.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28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29


https://brunch.co.kr/@f314b41122b2406/30



2021년에 20주년을 맞는 작곡마당이 아무리 장르와 전공을 초월한 작곡가들의 모임이고,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비전공 작곡가들이 꾸준히 등장하여 자신의 작품을 발표해온 특별한 단체지만, 역시 작곡 전공자들의 비중이 크고, 이들의 힘이 작곡마당이 20년을 이어 온 중요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곡마당을 찾아오는 작곡가들은 어딘가 좀 특별하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모두를 관통하는 어떤 지점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아무튼 작곡마당은 작곡 전공자들에게 마치 훈련소와 비슷한 역할을 해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작곡을 전공한 뒤, 진로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음악적 실험을 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그렇게 작곡마당을 찾아온 작곡가들은 모두들 특별한 사연을 하나씩 품고 있었다. 특히 초창기에 작곡마당을 찾아오면서 전해 준 각자의 사연들은 책으로 엮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특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상세히 할 수는 없고, 기억에 남는 작곡가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본다.   

작곡마당 공연 장면

작곡마당의 첫 번째 공연이었던 제1회 신동일의 작곡마당부터 함께 해 온 이지연 님은 서울예술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작곡가와 동 대학원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통파 작곡가였다.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잘못되면서 진로가 막혔다고 했고, 대학원 졸업 후 오랜 기간 피아노학원을 운영했다. 비조성적인 현대음악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던 그는, 작곡마당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담은 작품을 펼쳐내면서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지는 현대음악 스타일로 관객과의 소통 방법을 꾸준히 모색했다. 미술가인 동생과 합작하여 갤러리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낯선 스타일이지만, <시계와 거북이>, <상자 이야기> 등 흥미로운 소재를 생각해 내어, 어려운 현대음악으로도 충분히 관객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곡마당의 여러 소모임 중 한 출판사와 연계하여 기독교음악 모임도 만들었는데, 이지연 님은 여기에도 참여하여 교회에서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성가합창곡을 작곡할 정도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기도 했다. 


제1회 신동일의 작곡마당에 참여했던 작곡가 중 김수민은 내 제자였다. 내 음악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내가 기획을 맡고 있었던 “피아노마당”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2002년 내가 고등학교 동창 박병곤과 함께 이바지 프로덕션(현 톰방)을 설립할 때 합류하여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재치있는 작품을 발표하곤 했는데, 이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게 축적되어 탁월한 공연 제작, 운영 능력을 갖고 있다.   


음악 선생님으로 김지강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곡가는 제2회 신동일의 작곡마당에 처음 참여했는데, 대하소설의 내용일 것 같은 엄청난 가족사를 전해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작곡을 전공했는데, 특별한 개성을 가진 작곡가였고, 작품도 어떤 장르라고 구분하기 어려운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서양음악도 아니고 국악도 아닌, 현대음악도 아니고 조성 음악도 아닌, 그의 음악 스타일의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곡가 황혜경도 학창시절부터 작곡마당에서 활동하던 열성적인 초창기 회원이었다. 비극적이고 강렬한 분위기의 작품을 발표하곤 했는데, 졸업 후엔 오히려 대중음악 작곡가로 활동했다. 작곡마당 발표회 준비할 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했었는데, 전체 회원들의 자발성보다 몇몇 열성적인 회원들 위주로 일을 하게 되다 보니 실망하여 뒷선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역시 초창기 회원인 서재용 님은 실용음악 전공이었는데, 입시곡으로 내가 작곡한 <꿈꾸는 푸른자전거>를 연습하여 시험을 치렀다고 했다. 작곡마당에서는 주로 뉴에이지 스타일의 피아노 곡을 자신이 직접 연주하곤 했는데, 졸업 후엔 컴퓨터 작업 위주로 하여 디지털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신 만의 음악 활동 영역을 개척해 나갔다. 

제20회 신동일의 작곡마당 포스터

오소린 님은 작곡과에서 배우는 아카데믹한 음악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서정적인 피아노 음악을 작곡하여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활동에 관심이 많아 풍부한 감성이 돋보이는 피아노 소품을 꾸준히 발표했고, 여러 차례 도전 끝에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 실험적인 형식의 음악극을 발표한 뒤, 뮤지컬 작법을 공부하고 도전하여 뮤지컬 <파리넬리>로 뮤지컬 작곡가의 꿈을 이루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뮤지컬 <빨래>의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민찬홍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컬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그 역시 내 제자이기도 했는데, 작곡마당 활동도 잠시 했다. 그가 뮤지컬 작곡가로 성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작곡마당 활동이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교류하고 있는 중요한 작곡가이다. 


박기현 님도 대학생 시절부터 열성적으로 작곡마당 활동을 했던 작곡가였다. 스타일리시하고 다소 기발하면서 도발적인 방식을 포함한 음악 작업을 하며 젊은 작곡가로서의 열정을 발산했는데, 지금은 자상한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역시 초창기에 열심히 활동했던 김서영도 내 제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악보 그리는 걸 힘들어 하는 반면, 피아노 즉흥 연주에 관심이 많았다. 2003년 작곡마당 첫 작품집 <장르의 별을 넘어서>에도 즉흥 연주 작품을 2곡 실었는데, 악보집도 같이 출간했으나 악보는 싣지 않았다. 녹음하던 날, 녹음실을 자신의 방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드어야 연주를 잘 할 수 있다면서 여러 가지 인형들과 각종 장식물들을 피아노와 자기 주변에 배치를 한 뒤 연주를 시작해서 엔지니어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혼 뒤에는 음악 외에 여러 가지 경제 활동을 하면서 반려동물들을 위한 활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역시 대학생 때부터 작곡마당 활동을 꾸준히 하던 심정선 님은 매우 다양한 관심사를 갖고 음악에 대한, 또 주변 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공부를 했다. 국악을 지망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작곡마당 외에도 몇몇 음악 단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작곡마당에서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권유해서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지금은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학생들에게 열정을 쏟으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기민석 님은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에서 음악 공부를 했던 독특한 이력의 작곡가였다. 작곡마당과는 초창기부터 관객으로 꾸준히 발표회를 찾아오다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도 뛰어나서 작곡, 편곡 뿐 아니라 연주가로도 활동하면서 “토벤(Toven)”이라는 별명을 갖고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앨범도 발표하고 연주 활동도 했다.  

작곡마당 10주년 기념음악제 포스터

대학 선배가 대표로 있는 한 음악 출판사에서 나에게 종종 성가합창곡 작업 제안을 하곤 했는데, 궁리 끝에 작곡마당 회원 중에서 관심 있는 작곡가들을 모아 보기로 했다. 작곡마당 성가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곡가가 김한나 님이었다. 작곡마당 규모가 커지면서 소모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곡가들도 생겨났었는데, 김한나 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작곡마당 성가모임은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성가합창곡집을 2권 출간했고, 몇몇 작곡가들은 독자적인 칸타타 악보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수년 간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성가모임도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는데, 김한나 님은 그 동안의 경험을 살려 작은 출판사를 설립하고 실용적인 편곡 악보집을 꾸준히 출판하는 일을 했다. 어느날 안부 전화를 하면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그는 편곡 악보집 출판을 위해  가까운 작곡가들과 작곡마당 회원 중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작곡가들에게 편곡 작업을 맡기는데, 대학원이나 유학 등을 통해 오래 공부한 작곡가들보다 작곡마당 회원들의 편곡이 훨씬 좋다는 것이었다. 학부만 졸업했어도, 작곡마당을 통해 현장 경험을 축적한 작곡가들이 공부만 열심히 한 유학생들보다 좋은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희윤 님에 대해서는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회원 중 누군가와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게 양희윤 님이었는지 다른 사람이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작곡마당을 통해 작품을 발표한 것보다 관객으로 참여한 회수가 더 많은데, 늘 기억에 남아 있는 작곡가이다. 작곡마당 외에 나와 관련된 활동을 몇가지 하기도 했다. 가정을 이끌면서 자신 만의 음악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려고 고분분투하는 열혈 여성이다. 


송파구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양일오 님은 비교적 근래에 작곡마당을 찾아온 작곡가이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지휘자로 활동하다가 2006년 귀국한 그는, 작곡에 대한 꿈을 미루고 미루다가 2013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는데, 끝없이 넘치는 악상으로 항상 작곡에 열중하는 작곡가이다. 엄청난 양의 작품을 쏟아내며,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지휘로 연주하기도 한다. 살아온 이력이 특별한 지휘자 겸 작곡가이지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는 접어둔다.    

작곡마당 공연 장면

작곡마당의 소모임 중 어린이 음악에 관심 있는 작곡가들이 모인 “아이가(歌)” 회원 중 작곡마당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작곡가들을 소개한다. 언젠가부터 작곡마당의 핵심 회원 중 가장 많은 작곡가들이 “아이가(歌)”에 모여 있게 되었다. 


이소정 님은 작곡을 전공했는데, 작곡 전공자가 아닌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작곡과에 입학해서 “생각과는 다른 학교 생활에 방황”도 많이 했다는 그는 환경, 어린이, 공동체, 기독교 등을 화두로 음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이가(歌)” 활동과 함께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한 악단인, 이든밴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최보람 님도 대학생 때부터 작곡마당 활동을 열심히 해 온 작곡가이고, 결혼하기 전 상당 기간 동안 작곡마당의 총무 역할을 담당해 발표회 준비를 도와주었다. 그는 대학 시절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 뮤지컬 작곡가가 되고자 했는데, 졸업 후에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오래 했고, 작곡마당에서 서정적인 실내악곡 등을 종종 발표했다. “아이가(歌)”가 처음 만들어질 때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 “아이가(歌)”를 통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있다. 


정보형 님은 호주에서 무성영화음악으로 석사를 받고, 국내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했던 특별한 이력이 있는 작곡가인데,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창작동요제에서 특별한 성취를 거두면서 우리나라 창작동요의 흐름을 바꿔놓은 중요한 작곡가이다. 동요, 가곡,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고, 작곡마당에서도 세련된 스타일의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아이가(歌)”의 대표를 맡아 모임을 이끌고 있다.  


백현주 님은 정보형 님과 함께 우리나라 창작동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쌍두마차 역할을 한 작곡가인데, 동요 활동을 그만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우연히 작곡마당을 알게 되어 멀리 부산에서 찾아온 작곡가이다. 부산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곡가로 부산 지역의 중요한 음악 작업을 많이 담당해 왔다. 현재 부산 작곡마당 대표이고, 루체테음악연구소를 설립하여 독특한 소극장 오페라와 음악극 제작을 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백현주 님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어질 “작곡마당 이야기” 마지막 편, 부산작곡마당 이야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해보고자 한다.   



https://youtu.be/wBKsamUc__M

신동일 "장돌뱅이 소나타", 젊은 시절 작곡했던 곡인데, 2019년 작곡마당과 부산작곡마당을 통해 새롭게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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