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동일 Jan 17. 2021

쇼팽 "군대 폴로네이즈"

클래식에 다가가기(7)

쇼팽 <군대 폴로네이즈>


글: 신동일(작곡가)


유럽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일름을 날렸던 프레데릭 쇼팽(Frédéric Chopin; 1810~1849)의 조국은 폴란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쇼팽은 피아노를 배우며 스스로 작곡한 곡을 연주하면서 신동으로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쇼팽이 19살 때는 이미 그의 여러 작품들이 출판되었고, 자신이 연주하는 2곡의 피아노 협주곡도 발표했으며, 오스트리아 빈에서 데뷔 음악회도 가졌습니다. 빈에서의 성공적인 데뷔로 쇼팽은 더욱 유명해졌고, 유럽 연주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폴란드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쇼팽이 연주 여행을 떠나던 중 바르샤바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쇼팽은 소식을 듣고 조국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아버지의 만류로 여행을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쇼팽은 결국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뒤 그곳에 정착하게 됩니다. 쇼팽이 파리에 도착했을 때 러시아가 바르샤바를 함락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이 때 쇼팽은 <혁명>이라는 연습곡을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 정착한 쇼팽은 곧이어 스타가 되었습니다. 특히 당시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프란츠 리스트와 쌍벽을 이루며 교류하고 경쟁하면서 프랑스 살롱음악 최고 전성기를 만들어냈습니다.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 쇼팽은 가장 피아노적이며 아름답고 화려한 음악을 작곡한, 최고의 피아노 음악 작곡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쇼팽이 작곡한 다양한 피아노 음악의 면모를 살펴봐야하겠지만, 첫 번째로 쇼팽의 잃어버린 조국, 폴란드의 전통춤곡을 연주회용 피아노 음악으로 재창조해 낸 “폴로네이즈(Polonaise)”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폴란드 농민 무곡으로 출발한 “폴로네이즈”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춤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중간 템포이고, 씩씩한 폴로네이즈 특유의 리듬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리듬 악보)

17세기에는 프랑스 궁중에 전해져서 우아한 춤곡으로 변형되기도 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작곡가 요한 세바스챤 바흐의 모음곡 작품 중에도 “폴로네이즈”가 적잖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폴로네이즈”를 고도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낸 작곡가는 바로 쇼팽입니다. 조국 폴란드에 대한 사랑을 담아 특별하게 발전시킨 쇼팽의 “폴로네이즈”는 정확히 몇 곡이 작곡되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15곡 이상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군대 폴로네이즈>라는 별명이 붙은 이 곡은 28살 때 작곡된 것으로, 작품번호(Opus) 40으로 출판된 두 개의 “폴로네이즈” 중 첫 번째 곡입니다. 힘차고 당당한 분위기의 악상이 군인들의 씩씩함, 또는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제목입니다. 화려하고 진취적인 악상이 흥미롭게 전개되어 쇼팽의 음악을 처음 듣는 분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폴로네이즈”는 가장 쇼팽다운 음악 장르 중 하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 음악상식: 피아노의 역사

일반적으로 ‘건반악기’로 분류되는 “피아노”는 악기 통 안에 설치된 여러 굵기의 ‘줄(絃)’을 부드러운 망치로 쳐서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현악기’의 성격과 ‘타악기’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18세기,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피아노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용되던, 피아노의 조상에 해당하는 악기들은, 피아노와 비슷한 건반을 가진 악기들이었는데, 소리를 내는 방식은 전혀 달라서, 악기 통 안에 설치된 ‘줄(絃)’을 나무 막대에 달린 뾰족한 바늘로 퉁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었습니다. 피아노 이전의 악기들은 클라비코드, 하프시코드, 쳄발로 등으로 발전해 왔는데, 줄을 퉁기는 장치들이 조금씩 다른 형태를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이 악기들을 연주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하프시코드나 쳄발로는 “타다”, “탄다”라고 표현하고, 피아노는 “친다”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포르테피아노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피아노의 원형을 언제 만들어진 것으로 삼을 지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데, 대체로 1709년 이탈리아의 쳄발로 제작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meo Crist­ofori 1655-1731)가 쳄발로의 악기 몸통을 그대로 활용하고 소리를 내는 장치를 새로 개발해서 만들어 ‘피아노 포르테’라고 이름붙인 악기를 최초의 피아노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이전의 하프시코드나 클라비코드는 음량이 작가 좁은 실내연주용으로 사용되었고, 연주자가 소리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피아노는 보다 힘차고 큰 소리를 갖게 되어, 넓은 무대나 여러 악기들과의 합주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소리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발전해 갔습니다. 피아노의 기능이 점점 발달하면서 연주법도 꾸준히 개발되어 19세기 중엽부터는 명인적인 연주가들이 나타나 피아노 음악의 한계를 확장시켰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음악가가 쇼팽(Frédéric Chopin)과 리스트(Franz Liszt)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에 경쟁하면서 피아노 음악의 표현력을 최고로 발전시켰습니다. 세계 각국의 피아노 제조회사들은 꾸준히 악기를 개량,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https://youtu.be/ylokAGKPSYg

쇼팽 "군대 폴로네이즈" - 연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매거진의 이전글 요한 스트라우스 2세 "아름다고 푸른 도나우" 왈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