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우정 (2) 변태남 대리를 피하는 두 가지 전략

by 노동자a

회계팀 변 대리는 여직원들 사이에서 ‘변태남’으로 불렸다. 그와 나는 같은 해에 입사했지만, 동기는 아니었다. 그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공채로 입사해 삼 년 만에 대리로 승진한 주류였고, 난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 특채로 입사한 비주류였다.

변 대리는 영업팀에서 발의한 전표의 회계 결재 담당이었는데, 마치 중고등학교 학생주임처럼 삼십 센티 자를 들고 서무 여직원들을 맞이했다. 그리곤 사사건건 트집 잡았다.


“네시에 마감인데 십 분 전에 오면 나더러 전표를 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내일부턴 삼십 분 전까지 오도록. 일 분 늦을 때마다 손바닥 한 대씩이다!”


그는 심지어 여직원들의 말투와 복장까지 걸고넘어졌다. 그러면서 뭐라도 하나 걸리면 ‘손바닥을 때리겠다.’, ‘종아리를 치겠다.’ 하며 엄포를 놓았다.

그렇다고 실제로 변 대리가 여직원들을 ‘체벌’한 적은 없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삼십 센티 자로 여직원들의 허벅지나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우리는 우리 몸을 건드린 ‘그것’이 그의 손바닥이나 손등이 아니라 플라스틱 자였다고. 또 그가 그 자를 우리 몸에 대기만 했지, 위에서 아래로 훑거나 비벼댄 것은 아니라고. 그 자가 우리 몸에 닿은 동안 그의 눈은 우리의 몸뚱이가 아닌 전표를 향해 있었다고.

종합해보건대, 변 대리의 행동이 성희롱은 아니라고 우리끼리 토론하고 결론 내렸다.

그 토론에서 나는 가장 소극적인 패널이었다. 난 그의 자에 몸이 닿지 않은 유일한 여직원이었다.


내 전략은 두 가지였다.

첫째, 변 대리와 마주치지 않을 것.

난 전표를 제출할 때마다 도둑고양이가 되었다.

회계팀이 있는 8층 복도를 서성이며 사무실을 엿보다, 변 대리가 자리를 비우면 얼른 들어가 책상에 전표를 올려두고 잽싸게 빠져나왔다.


둘째, 완벽한 전표 발의를 할 것.

전표에 실수만 없다면 변 대리와 말 섞을 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전표 발의를 위해 난 회계 매뉴얼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하기야 업무가 워낙 단순반복적이어서 딱히 실수할 만한 일 자체가 드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매뉴얼에도 나와 있지 않은 독특한 일이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난, ‘이렇게 하면 맞겠지’ 하며 전표를 끊었다. 그리곤 점심시간에 변 대리의 자리에 전표를 올려놓았다.

오후 한 시 일 분, 그러니까 점심시간이 끝나고 일 분 지났을 때 변 대리에게서 전화가 왔다.


“유리, 내 책상에 올려놓은 거 뭐야? 무슨 이따위 전표가 다 있어? 넌 이게 처리가 된다고 생각해? 손바닥 맞아야 정신 차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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