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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Mar 07. 2023

종합 병원 3층 이야기

우선 질문 몇 가지 할게요 불편하신 지 얼마나 됐나요. 음.. 몇 년 됐어요. 제일 힘든 게 뭐죠. 잠 못 자는 거요. 짜증도 나나요. 짜증은 안 나고 슬퍼지긴 해요. 죽고 싶기도 한가요. 아이가 있어서 그렇지는 않아요. 아이는 몇 살이에요. 열두 살이요. 일은 하시나요. 네.


힘들게 예약한 종합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엔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버지가 여러 번 수술하고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낸 병원이자 다친 손을 치료하고 올케가 몸 바쳐 일하던 곳. 질긴 인연으로 얼룩진 이곳에선 예나 지금이나 멍하다. 유독 아무 생각이 안 드는 곳이다.


한동안 병원에 오지 않으셨네요 많이 힘드셨을 텐데요. 이어지는 의사의  질문에 나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눈 좀 마주치자 한 번만 쳐다보고 물어보면 안 되니. 우습게도 과연 눈을 돌려 나를 볼까 궁금해하던 나는 일부러 대답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졌다.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오신 게 2020년 3월네요 힘들 땐 어떻게 하셨어요. 제가요? 제가 그랬어요? 몰랐네요. 

나는 한 대 맞은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없던 건망증이 심해진 탓이 지난 몇 년간 나를 돌보지 않은 탓인 것 같아 허탈해졌고 꿈을 꾸는 듯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아이를 케어하고 먹고사는 일에 빠져 있느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매일 타이레놀이나 삼키며 살았던 여길 오는 게 가장 힘든 현실이던 내가 바보 같았다.


네네 알겠습니다. 돌아 나와 익숙하게 수납을 하고 자동으로 엘리베이터로 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늘 가던 약국을 찾아가서 약을 받아 들고 그제야 약으로 훨씬 편해질 거라는 말과 도와드리겠다는 마지막 말도 기억났다.

눈은 안 마주쳤지만 그동안 도무지 화도 나지 않고 무력했던 돌아보게 된 종합 병원 3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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