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아나 Mar 14. 2023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대학 신입생이던 93년 서초동 어느 술집에서 본 신승훈 님의 노래하는 모습은 각인돼 있다. 음대에 들어가 온갖 똥폼을 잡으며 어른 흉내를 내던 내게 다가온 감성 넘치는 노래. 지금껏 그 공기와 습도와 분위기가 선명하다. 그땐 몰랐다. 장미는 가시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거친 가시조차 안고 갈 만큼 장미의 향기와 자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 지금껏 부인할 수 없고, 사랑한다.

어쩌면 사랑이란 가시를 안고 피를 흘리며 감내하는 것일지 모른다. 누구나 알지만 무모하게 가는 길. 속고 속이며 감싸는 길. 나를 수그리고 바라보는 일. 참고 기다리며 눈물짓는 일.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상대의 도파민을 부인하는 일. 한결같지 않음을 알면서 기대하는 일. 때론 가면 속에 나를 감추는 일.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 한없이 미안한 일. 나보다 더 아끼는 . 죽음을 각오하는 길. 내 것이라 우기지만 내 것이 아닌 것. 순항하는 돛단배처럼 착각하는 일. 온갖 미사여구가 난무하는 것. 무수한 약속과 다짐이 무너지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할 수 없는 소중함










https://youtu.be/kPJCwPtj-18



매거진의 이전글 현을 위한 아다지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