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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Mar 15. 2023

일탈

얼마 없는 통장을 탈탈 털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돌아올 생각 따윈 하지 않아도 되는 편도행 티켓이면 좋겠다. 스노클링 장비와 마음에 쏙 드는 쪼리 한 켤레. 챙이 넓은 모자와 금방 마르는 래시 가드 한 벌이면 충분하다. 나를 옭아맨 모든 것을 뒤로 한채 모래사장에 누워 하늘을 보다가 목이 마르면 차가운 로컬 맥주 한 병도 마셔보겠다.

엄마 품 같은 바닷속에 들어가 온갖 소란과 걱정을 잊고 싶다. 약 몇 알을 삼켜야만 겨우 해낼 수 있는 번잡한 일상과 소리로 시작해 소리로 마무리되는 삶에 지칠 때 코발트빛 옥빛 청록빛 바다로 들어가고 싶다.



헤아려주던 오직 한 사람. 내 마음의 보루. 손자가 태어난 후 엄마는 일 년에 한 번은 꼭 제주 바다로 데리고 가셨다. 올해는 중문 쪽으로 가자시며 어린 손자를 챙겨주시던 따뜻했던 손길. 온전한 쉼이던 넓은 품이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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