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앨범 수요 조사한다는 가정 통신문을 받아 들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엄마였어요. 아이가 겁먹을까 방으로 와서는 숨이 차는 걸 진정하느라 조금 힘이 들었어요. 하나뿐인 손자를 금지옥엽 아끼던 엄마가 천국에서 이미 다 아실 거라 믿어요. 엄마 아들과 성격과 목소리마저 비슷하게 커가는 손자는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목련꽃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고는 아무 말도 안 해서 몰랐지 뭐예요. 멀리서도 눈에 띄고야 마는 목련을 정작 난 애써 외면하는 줄 아이가 알리 없지요.
두피 상한다고 자주 가시지 말라 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서 파마를 하시던 집 앞 미용실은 차마 가질 못해 아이와 내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며 살다가 주인이 바뀌고 리모델링도 했다길래 올해 처음 가보았어요. 더 이상 헤어 스타일을 망치면 안 될 것 같이 커버린 아이를 위해서요.
엄마가 포대기로 업어 집 앞을 걸으며 자장자장재우던 아이가 내년에 중학생이 된데요. 겁이 나요. 어미 노릇 잘하고 있는 건지, 잘할 수 있을지도요. 오늘처럼 그리움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사랑하는 엄마가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을 자꾸 되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