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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Jun 10. 2023

아침에 문득..

임재범. 데스퍼라도

https://youtu.be/cmLJJKok3n0




아이를 위해 아침밥을 하다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이 소리의 기억은 어쩌면 나도 모르게 마음에 품어온 지울 수 없는 무늬가 아닐까. 호박, 양파, 감자.. 대파일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 누구보다 일찍 깨어 부지런히 아침밥을 준비하는 소리. 탁탁 탁탁 경쾌하면서도 둔탁한데 다정함이 묻은, 한 방울의 피곤함과 사랑도 첨가한 나무 도마 소리.. 바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그렇게 아침이 힘들어도 모성애가 뭔지 누구를 위해 눈이 번쩍 떠지고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다. 하지만 한 번 쓰고 꼭 살균을 위해 햇빛에 말려야 할 것만 같은 나무 도마대신 얇고 편리한 실리콘 도마를 쓰고 있다. 물론 비싸고 좋은 나무도마가 많은 건 알지만 중저가 정도되는 작은 걸로 마련해 치즈 플레이트로 쓰고 있다. 쓸데없는 멋 부림이랄까.


아침에 피자 치즈를 엊은 계란 볶음밥을 만들며 내내 그 소리를 생각했다. 비몽사몽 들리던 그 어떤 보다 심신의 편안함을 주던 소리. 엄마가 저기 계시는구나 따뜻한 밥을 먹겠구나. 일어나기 싫던 10대의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그 소리로 위로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금방 잠든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이라니 무수히 억울하기도 했다. 오늘은 14일이라 수학 시간에 4번대인 나를 시키실 텐데..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을 억지로 참고 느릿느릿 일어나는데, 어머니가 그러셨다.


ㅇㅇ아, 일어나서 피아노 연습해야지.. 


잘 잤니?괜찮아?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아. 씻고 천천히 잠 깨자.. 란 말이 듣고 싶었지만, 그런 얘기는 미국 엄마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미국에서 Are you ok? no problem 을 말해줄 친엄마가 올 줄 알았다고.


내일은 나무도마를 쓰고 싶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침이 힘든 아들아이에게 굵직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을, 어떤 무늬일까 궁금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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