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힘든 말을 할 때 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가끔씩 휘청이고춥고 억울하고 원통한지도모르겠다.
20년째 밤낮으로 휴대폰을 끄지 못한다. 혹여나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올까 불안해서다.충전기를 꽂은 채 머리맡에 둔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두 번 쓰러지셨고, 첫 번째는 회복하셨으나 두 번째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셨지만 막지 못했다. 처음이었다.일식 때 달이 태양을 삼키는절망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기였다.의문은멈추지 않았고인간의 무력함을 오감으로 느끼며 하늘의 선처를 바랐다. 제발 말씀만 하게 해달라고, 우릴 알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어머니는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아버지를 보살피셨다. 집과 회사, 교회뿐이셨던 아버지는 본인의 자유의지대로 살 수 없게 되셨다. 우릴감싸던 울타리가 부서졌고강해져야 했다.
남은 세 식구의 삶은 고된 일상에도 어떻게든 이어져야만 했다. 모든 걸 바치셨던 어머니마저돌아가시고, 몸서리치듯 그 먹먹함이 나를 덮칠 때면 창문을 열고바람을 맡는 습관이 생겼다. 아버지의 죽음을 볼 자신이 없으셨던 걸까. 너무나도지치셨을까.
나는 철없던 시절이라 아버지와 대화다운 대화를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몇 년 후엔 그 나이가 될 텐데, 그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녀의 인연인데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걸어야 했다.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범위를 넘지 않고 적당히 출렁이기.
살아야 한다. 그게 아프다. 그 모습 그대로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남매 곁에 계셔달라는 기도만이 하늘을 향해 울릴 뿐이다.때론 생각을 잘라내어 마음을 지키며.
감히 말하고 싶다.이해하지 못해도 미워하지 말라고. 그저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아름다운 건 어쩌면 멀리 있을지라도소중한 건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