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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아나 Jun 11. 2023

소중한 건 가까이 있다

임재범. 아버지 사진

https://youtu.be/Y3xjoKz2ptI




하기 힘든 말을 할 때 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가끔씩 휘청이고 춥고 억울하고 원통한지도 모르겠다.


20년째 밤낮으로 휴대폰을 끄지 못한다. 혹여나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올까 불안해서다. 충전기를 꽂은 채 머리맡에 둔다. 아버지는 뇌출혈로 두 번 쓰러지셨고, 첫 번째는 회복하셨으나 두 번째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셨지만 막지 못했다. 처음이었다. 일식 때 달이 태양을 삼키는 절망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기였다. 의문은 멈추지 않았고 인간의 무력함오감으로 느끼며 하늘의 선처를 바랐다. 제발 말씀만 하게 해달라고, 우릴 알아볼 있게 해달라고.


어머니는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해 아버지를 보살피셨다. 집과 회사, 교회뿐이셨던 아버지는 본인의 자유의지대로 살 수 없게 되셨다. 우릴 감싸던 울타리가 부서졌고 강해져야 했다.


남은 세 식구의 삶은 고된 일상에도 어떻게든 이어져야만 했다. 모든 걸 바치셨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몸서리치듯 그 먹먹함이 나를 덮칠 때면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맡는 습관이 생겼다. 아버지의 죽음을 볼 자신이 없으셨던 걸까. 너무나도 지치셨을까. 


나는 철없던 시절이라  아버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몇 년 후엔 그 나이가 될 텐데, 그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부녀의 인연인데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걸어야 했다. 현실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범위를 넘지 않고 적당히 출렁이기.

살아야 한다. 그게 아프다.  모습 그대로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남매 곁에 계셔달라는 기도만이 하늘을 향해 울릴 뿐이다. 때론 생각을 라내어 마음을 지키며.


감히 말하고 싶다. 이해하지 못해도 미워하지 말라고. 그저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름다운 건 어쩌면 멀리 있을지라도 소중한 건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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