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아나 Jun 22. 2023

산책길에 만난 코스모스에게

조수미. 마중

https://youtu.be/yLdc_6NvE9E




어려서부터  체육 시간이 있는 날은 학교에 가기 싫을 만큼 운동에는 자신이 없었어. 특히, 뜀틀과 가슴이 흔들리는 백 미터 달리기, 피구는 정말이지 고역이었거든.

뜀틀을 째려보다 굳은 결심으로 달려가서는 도움닫기가 무색하게 끄트머리에 엉덩이 걸리는 사람이 나야. 피구할 때 꼭 뒤통수 맞추는 나쁜 년들 있잖아. 어찌나 창피하던지 어떤 핑계를 서라도 피하고 싶었어. 이를테면 생리통이 심해요 같은 거짓말.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체육 시간에서 벗어나면서는 헬스장도 가는 멋진 언니가 되었지. 물론 억지로 갔어. 한 달 정도 열심히 하고 나면 체중계는 바라던 숫자를 보여 주었고,

예쁜 옷을 나름 맵시 있게 입고 소개팅을 나갈 수도 있었지.

옷이 헐렁한 그 마약 같은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고, 나의 평생 다이어트 강박이 시작된 거야.

사실 누군가가 내 마음에 싹을 틔울 때 강박은 절정에 이른 듯했어. 내 마음의 평화와 자신감. 지금 생각해 보면 책을 몇 줄 더 읽지, 그게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세월이 많이 흘렀어. 거울을 볼 때면 엄마가 보이는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나이를 먹지 않은 게 있다는 건 어쩌면 나를 살게 하는 힘일까. 세상은 점점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을 높이 사고, 숨쉬기 운동만 해요 라는 말이 바보 같아졌잖아.


그래서 좋은 계절에 자리를 박차고 스스로 걷기를 시작했고, 우연히 너를 만난 거야. 6월부터 개화기라지만 너도 나처럼 6월에 피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니. 너처럼 청초한 곡을 소개할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