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어릴 적 사진을 많이도 찍어뒀다. 풍선껌을 어디서 배웠는지 자꾸 가르쳐달라 하던 녀석. 반신반의하며 가르쳐주던 어느 날 운전하는 내 옆에서 뽐내듯 불어내던 꼬꼬마. 너무 진부한가.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다. 혹 이제 겨우 초등 졸업인데 감상에 젖는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을 게다. 변명을 하자면한 학기 후엔 어린이에서 청소년기로 발을 내딛는 아이를 본다는 건 어미로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은 싱글맘의 아들 키우기란 막연히 힘들거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원래 부모가 같이 키우는 게 당연하다. 온전히 혼자 책임져야 할 아이. 돌아보면 내가 잘해왔는지, 잘하고 있는지 솔직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모자 사이를 보면 나름 중간은 가는 듯하다. 싸우지 않고 큰 소리 없이 이를 악물고 참기도, 울기도, 기쁘기도,잔소리쟁이가 될까 싶어 구구절절 안 하려, 그럼에도 주도권은 지키려고노력한세월이었는데,엄마가 처음인 내가 중간중간숭숭 구멍이 왜 없겠는가.
덩치만 컸지 어린애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시간 동안 혼자 참 많이도 고민했다. 갖고 싶다는 레고와 건담을 사줄 때갈등을 하곤 했다. 분명한 기준과 약속을 정작 엄마인 내가 지키고 있는지, 행여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는 않을까.그럴 때면 매 학년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나를 안심시키려 하신 건지 요즘은 한부모 가정이 많고 학교생활 잘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는 안도의 대답. 어쩌면그 말을 간절히 듣고 싶었는지도모른다.
아들아이는 말 수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나는 늘 세심한 관찰이 필요했다. 장난도 걸고 농담도 던지며 마음이 편안하게 자라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천성이예민하고 불면증도 있는마음 약한 어미의 가장 큰 걱정은 마음 건강. 밝게 키우고 싶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약속이다.
게시된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졸업사진을 고르는 데, 나를 점점 닮아가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평소 내가 휴대폰을 들이댈 때면 마지못해 어색한 표정을 짓던 아이가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역시 프로는 다르다. 존경스럽다. 괜히 신이 났다. 이만큼 자라 주었다는 게 살짝 뿌듯했다. 상견례 때였나 보다. 흉터 하나 없이 키웠어요 말씀하시던 어머니도 내게 이런 감정이셨을 거란 생각에 잠시 코끝이 찡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아야 하듯 뒤에서 아들의 자립을 돕는 사람이 되어가길 희망한다. 줄 수 있는 건 사랑뿐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