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70세에 돌아가신 어머니께 당시 45세였던 딸내미가 몰랐던 걸 2023년에야 알게 된 걸 고백하는 글을요.
우습지요. 만 4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는 사실이요. 이렇게까지 어리석어도 되는 건가요. 나름 이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교육을 받았다는 인간이 가장 소중한 어머니의 마음하나 헤아리지 못했다는 건요. 학위든 뭐든 다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너 따위가 뭐냐고 니가 한 게 있냐고 창피한 줄 알아라. 시간이 다시 오냐고 넌... 아무것도 아니라며 패주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유일한 내편. 해결사이자 제가 사는 이유였어요.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하고 싶었고, 그 품은 저를 살게 했습니다. 건강한 모녀관계가 아니다, 분리가 안되었다 흉봐도 좋습니다. 우린 그랬어요. 간섭이 싫지만 필요했고요. 바리바리 챙기는 게 귀찮지만, 없이 살 순 없었습니다.
분기별로 다투며 우리 둘은 살고 살았어요.
엄마가 갑자기 하늘로 가시던 날은 기어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임종도, 이별의 말도 우리 사이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이 없었던 게 나았을 지도요. 안 봐도 뻔하지요.
엄마가 사시던 집에 사는 저는 매일 엄마가 그래서 그랬구나 생각합니다.
"운전할 때마다 잦은 급 브레이크를 밟던 엄마. 요즘 내가 그래. 그때 나는 이해 못 하고 속으로 멀미 난다고 원망했어.
아이 등하교를 하며 자꾸 급 브레이크를 밟는 날 보며 엄마를 생각해. 둔해지는구나."
"저녁을 준비할 때 부엌불 켜는 걸 깜박 잊고 하던 엄마. 내가 슬그머니 켜드리면 이렇게 밝은 세상이 있냐고 말씀하셨지. 요즘 내가 그래. 엄만 우리 먹이는 것에 몰두하느라 그러셨지."
"엄마, 내가 갱년기가 돼 보니 알겠어. 엄만 얼마나 힘들었어?
난 정말 몰랐어. 상상도 못 했어. 곁에서 위로 한마디 안 한 딸이 얼마나 서운했겠어. 이렇게 지치고 무기력한 걸 어떻게 견뎠어? 미안하고 미안해."
엄마가 그때 그래서 그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