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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 Dec 22. 2023

평가받는 삶

평가받는 건 언제나 귀찮고 지치는 일이다. 좋은 평가만 받으면 좋겠지만 사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경우 나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분 나쁜 티도 내면 안 된다. 지적받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다. 발전을 위해 받는 평가는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필요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학벌, 외모, 성격, 가치관, 삶의 방식까지도 전부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세상에 답은 없다. 지방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다른 방향으로 성공할 수 있다. 티브이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눈이 크고 코가 높지 않아도 충분히 개성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환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왜 재단받으며 살아가야 할까. 그렇게 신경 쓰고 눈치 보면서 살면 강제로 수명이 깎이는 기분이다. 목이 죄여오고, 숨이 막히는 기분. 하루하루를 평가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딱 무뎌지는 때가 온다. 더 이상 평가가 문제라고 여겨지 않는 것이다.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학생들을 부추기는 것도, 살이 쪘네 빠졌네 간섭하는 것도, 왜 그러고 사냐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익숙해진다. 그 말이 꼭 정답처럼 여겨진다. 

나는 자주 무섭다. 평가자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될까 봐. 자유롭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뒤를 돌아보면 평가자들의 동그라미를 고분고분 따라가는 인생이 되어있을까 봐 두렵다. 그들이 x표를 치는 곳으로는 발을 내딛을 용기조차 내지 못할까 봐 두렵다. 

요즘 들어 숨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 안은 내게 도피처였는데 최근엔 인터넷 세상이 더한 지옥같이 느껴진다. 꼬투리를 잡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곳. 스크롤을 내릴수록 불안감만 증폭된다. 댓글, 내가 보는 영상, 말습관까지도 전부 평가받게 될까 봐 두렵다. 사람들이 차라리 날카로워졌으면 좋겠다. 염세적이고 차가워도 되니까, 평가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조금이라도 평가하려 들면 칼날을 들어 방어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 평가자들의 동그라미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사람에게 동그라미와 엑스표를 들이미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익숙하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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