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rry Kim
Dec 09. 2023
멜랑콜리아 I II를 읽다가
독서 중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반쯤 읽다가 책을 덮었다. 아니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몰려오는 뇌 속에서의 멀미감을 견디기 어려워서 였다.
수년간 여러 권의 책들을 읽어왔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잠결일까? 아니면 몽환적인 상태가 지속되는 경험일까? 어쩌면 마약을 복용하면 이런 의식의 나열을 이런 식으로 하게 되는 걸까? 여러가지의 생각이 드는 문체와 전개방식은 그간의 평소에 보아왔던 문체,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는 방식,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 등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도저히 참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템플스테이에 강제로 떠밀려져 들어간 ADHD를 앓고 있는 폭풍같은 10대가 흘러가는 대로의 생각을 참을 수 없이 마구 흘려 써내려간 느낌이다. 정적만 가득한 절간에서 오히려 생각의 생각이 집중되기도 하고 방사되어 묘사되는 순간들을 마치 글로 바로 표현해 쏟아내고 있는 사춘기 청소년같기도 하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지난 밤 광란의 술파티를 마치고 새벽에 머리가 뽀개질 듯 아파서 잠이 깰 듯 말 듯한 상태로 의식만 일어나기 시작한 사람이 '지난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라고 시간대별로 복기하듯 저질렀을 지도 모르는 행동들이나 생각들을 찾아서 나열해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거기에 기억인지 상상인지도 모를 현상을 현재의 시간과 인물 앞에서 동시에 보여주면서 묘사한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내고 있으면서 주된 생각의 줄기는 놓치지 않는 모습도 있기는 하지만, 마치 겁이 많은 나를 강제로 롤러코스터에 태워서 마구 뇌를 흔들어 속이 미식거리게 만들면서도 최종 목적지는 어딜까 하고 어쩔 수 없이 상상하게 하는 그런 전개를 보여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멀미감은 지속되고 있다. 나는 아직도 뛰어난 사람들의 글을 읽는 숙련이 부족한 게 틀림없다.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의 작가 욘 포세(Jon Fosse)의 대표작 [멜랑콜리아 I-II]를 읽다가......(일부러 작가처럼 문단을 나누지않고 마구 흘려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