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으로 지나갈 때면 항상 분화구 같은 여드름 자국 가득한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자아도취에 빠진 직장상사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나.
출근하기 전 양치하면서 어쩔 수 없이 거울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 말고는 절대 거울을 찾지 않던 존잘 맛에 살던 내가 지난 주말 피부과를 갔다.
미남이라는 어휘와는 거리가 멀고 훈남이 되기에도 뭔가 부족한 약간은 촌스럽고 가무잡잡한 이국적인 얼굴의 내가 피부과를 찾은 이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잘 생겨지기 위해서였다.
예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해서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을 남자의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요즘의 평가 기준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용모의 외적인 부분이 더 큰 영향력을 갖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글쓰기는 더 이상 판단기준이 되지 못할 듯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잘생긴 사람이 너무나 많다.
티브이 채널을 돌리면 선남선녀가 넘쳐난다.
못생기고 왜소한 사람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미남미녀이고 영화배우같이 생겼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사춘기를 겪던 학창 시절에 나는 한때 '나는 왜 남들처럼 잘 생기지 못했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서 지낸 적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나의 생각이 무척 어리석었다는 자각을 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잘 생긴 사람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에 내적인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진정한 잘 생긴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
국가와 민족의 발전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
그리고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진정한 잘생김은 그들의 몫이다.
지난 주말 피부과를 찾은 나는 얼굴의 무수한 점들과 잡티를 제거했다.
진정 잘나 보이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 하지 않던가?
나이가 들어가니 노화가 시작되어 얼굴에 불필요한 잡티도 많이 생기고 눈밑 지방도 더욱 쌓여 간다.
그래도 이 시점에 나의 결론은 하나다.
생긴 대로 살자.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깊이를 더하는 삶이 내가 진정으로 잘 생겨지기 위한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