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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네

by 석담

아버지 탄탄한 아랫도리

관절염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지팡이 신세가 되어 버렸네


어머니 꼿꼿한 허리

세월의 무게 이기지 못해

기역자로 구부러지고


내 총기 어린 두 눈도

나이를 거슬리지 못한

돋보기 신세라네


태산 같이 높던

아버지 기개 어디로 가고

좀생이 좁쌀영감으로 돌아왔나


바다 같던 어머니 넓은 마음은

세상의 아량 없음에

속 좁은 아낙네 치기로 남았네.


나는 절대 변하지 않으리라

나는 그들처럼 살지 않으리라

강철보다 강했던 굳은 다짐도

어느새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

한 줌 흰머리로 탈색되어

지나간 시절을 그리며

눈물짓는다.


변해가네

세월이 흘러

견고했던 나의 다짐도

모두 변해가네.


거울 속에 비친

낯선 내 모습은

내가 아닌 아버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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