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사는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주말농부일기(4월 22일 -23일)
주말 내내 황사로 시계는 흐리고 농사에 대한 열정마저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마늘 끝이 노랗게 말라 들어가는 잎마름증을 목격하고 지난주에 비료도 주고 수분도 공급해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하여 토요일 아침 일찍 칼슘제를 엽면* 시비했다.
처음 주말농장을 시작했을 때 호기롭게 무농약 친환경 농법을 구사해 보겠노라고 겁 없이 달려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잡초 제거를 위해 400평이 넘는 밭을 예초기를 돌리고 녹초가 된 적도 있었고 고추 농사가 탄저병이 들어 멀쩡한 고추를 하나도 수확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농약도 고가의 친환경 유기농 농약만 사서 쓰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효과도 미미했다.
1년 동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비용은 흥청망청 써가면서 친환경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물론, 내가 즐겨 보는 유투버 텃밭농부는 바닷물과 음식물 쓰레기, 오줌 등을 발효시켜 친환경 액비를 만들고 은행열매와 미국산 자리공 잎을 끓여서 살충제를 만들어 나름의 친환경 농법을 구사하는 분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나의 귀차니즘은 그런 수고로움을 용납하지 않았다.
내가 심는 작물들 중에 약을 치지 않아도 되는 작물들이 더러 있다. 그 대표적인 야채가 상추이다. 상추는 거름이 제대로 된 토양만 있으면 언제나 잘 자라고 실패가 없다.
그리고, 감자, 고구마, 들깨, 참깨, 땅콩, 오이, 가지, 토마토, 옥수수, 콩, 대파 등이 농약 없이 잘 자라는 식물들이다.
이건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고 내 농사의 경험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반면 고추, 감나무, 자두나무, 호두나무, 대추나무 등은 약이 꼭 필요하다.
농약을 쓰는 대신 최소의 양만 쓰자는 주의로 전향하는 데는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제일 먼저 사용한 농약은 제초제였다.
텃밭 농사의 최대의 난제는 잡초와의 싸움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 주말농장에는 항상 이름도 모를 풀들이 숲을 이루고 장마가 계속되면 그야말로 우리 농막은 초원의 집이 되고 만다.
나처럼 서울에 살면서 단양에 텃밭을 준비한 아는 형님은 자기 밭에 과일나무를 심고 과일이 열리면 멧돼지도 먹고, 고라니도 즐기고, 남으면 자기도 먹겠노라고 호언 장담하며 여러 그루의 유실수를 심었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런 관리-농약 치기, 가지치기, 잡초제거 등-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나는 3년 동안 그 형님이 무엇을 수확했다는 소식을 들어 보지 못했다.
심지어 처음 식재했던 과일나무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잡초만 무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초제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제초제의 독성을 익히 알고 있어서 안 쓰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농사는 고사하고 하루 내내 풀만 뽑아야 할지도 모른다.
작물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텃밭을 제외한 주차공간이나 언덕, 가장자리, 그리고 화초가 자라는 앞마당 위주로 제초제를 썼다.
농사가 한결 수월해졌다.
그다음으로 사용한 농약은 살충제다.
농사짓는 첫해에 감이 많이 열렸기에 가을에는 홍시 맛 좀 볼 거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하나, 둘씩 빠지던 덜 자란 감이 수확 때가 되니 하나도 남지 않았다. 작년에는 감나무에 농약을 몇 번 쳤더니 그래도 나름 괜찮은 수확물을 얻어 이웃친지들과 나눠먹는 기쁨도 누렸다.
농약사용은 철저히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정해진 용법과 살포량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오남용은 절대 금물이다.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이니 그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주말 농부에게 친환경 농법은 그림의 떡이 되었다.
나는 이제 깨달았다.
주말 농부는 낭만과 이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소득 없는 농사는 공허하고 주말 농부도 그 시작은 농부이기 때문이다
*엽면시비: 잎에다 약을 뿌리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