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잎이 흩날리면 농심도 꽃잎 따라 흔들린다

주말농부일기(2023년 4월 1일)

by 석담

지난주에 이미 감자, 완두콩,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식재한 덕분에 이번주는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주말 농장을 찾았다.

햇살이 따가워지는 늦은 아침 갈증에 목말라 있을 양배추와 브로콜리 모종이 흠뻑 젖도록 듬뿍 물을 주는 것으로 주말 농장의 하루를 시작했다.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주에 꽃봉오리를 맺은 튤립은 어느새 꽃이 만개하여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어느새 금낭화도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처음 만나는 무스카리는 특이한 모양의 신기한 꽃을 선보였고 수선화는 2주가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특유의 노랑꽃을 피우고 있었다. 히야신스는 여전히 짙은 보랏빛을 뽐내며 신비함을 더했다.


드립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캠핑의자에 앉아 최고로 편안 자세로 농막 앞에서 찬란한 봄을 만끽하는 꽃들과 더불어 봄 햇살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한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본가에서 남동생이 점심 먹으러 오라는 반가운 전화가 왔다.

5분 거리의 본가로 차를 몰았다.

아내가 장인어른을 모시고 본가에 와 있었다.

어머니는 어느새 보기 드문 건강식 진수성찬을 준비해 두셨다.


가죽잎으로 만든 장떡과 미나리 전, 부추전, 두릅 전까지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들이 즐비했다.

거기다 기름진 삼겹살 구이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이보다 더한 웰빙식이 또 있을까 싶다.

순식간에 밥 한 그릇 뚝딱 비웠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점심을 먹고 농막으로 돌아와 오늘의 할 일을 준비했다.

오늘은 농막 앞 10평의 텃밭에 채소류를 파종할 예정이었다.

케일, 근대, 총각무, 쑥갓, 치커리, 그리고 여러 종류의 이름도 생소한 상추 종류와 고급진 야채 바질 씨앗까지 준비했다.


괭이를 닮은 농기구 홉퍼를 들고 밭으로 나섰다.

퇴비와 비료를 미리 뿌려 기름진 밭을 쪼았다. 덩어리 흙이 부서져서 산산조각이 나며 푹신한 밭이 만들어지고 여러 골의 두둑을 만들어 이랑과 고랑을 만들었다.


첫 번째 고랑에는 케일, 두 번째는 근대, 세 번째는 쑥갓과 치커리, 네 번째는 총각무를 심었다. 그리고 나머지 고랑에는 여러 종류의 상추를 이름표식까지 남기며 야무지게 심었다.

그리고 마지막 골에는 바질을 심고 물도 듬뿍 주었다.

올해 여름에는 다양한 종류의 쌈채소를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배가 불러오는 듯하다.


밭 입구로 장인어른과 아버지가 느리지만 꾸준한 발걸음으로 오고 계셨다.

장모님이 떠나신 후 장인어른은 매주 청도 주말농장을 찾으신다. 농장에 오신다기보다는 아버지를 만나로 오시는 거다. 두 분이 매주 만나셔서 같이 청도천을 운동삼아 걸으시고 같이 식사도 하신다.

서로의 노환에 대한 의견을 나누시며 서로 위로하고 위안을 삼으시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시며 친구처럼 지내신다.


나는 의자에 앉아 두 분이 나누시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는 몸이 안 아픈데 없이 아파서 못 살겠어요."

장인어른이 화답하신다.

"아이고 사돈, 나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더 심각합니다."

항상 두 분의 대화 주제는 그런 식이다.

나는 웃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내를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할 도리는 없다.


나는 문득 두 분이 함께 하신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두 분을 의자에 앉으시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자, 찍습니다. 웃으세요. 하나, 둘, 셋"

두 노인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겼다.


어느덧 해거름이 되어 갔다.

장인어른이 아버지를 위해 저녁을 쏘시겠다 하셨다.

우리 부부는 두 분을 모시고 각북에 있는 한방닭백숙 집으로 모시고 갔다. 아내와 나는 장인어른 덕택에 닭백숙으로 몸보신하는 호사를 누렸다.

식당가는 길에 만난 흐드러진 벚꽃 터널은 덤으로 얻은 눈호강이었다.


아버지와 장인어른의 아름다운 우정은 계속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약할 수 없지만 건강하게 오래 계속되기를 마음으로 빌었다.

청도 각북의 벚꽃 터널 가는 길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