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회사요? 그냥 웃지요.

by 석담

중소기업 밥을 20년간 먹으면서 제일 신경이 쓰인 일은 구인 업무였다. 부정기적으로 있었던 구인 업무는 인원이 더 필요할 때나 기존 직원이 그만두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대기업 같이 상시구인이 없다 보니 직원들의 퇴사나 설비의 확충 같은 특별한 인력 충원의 경우가 아니면 구인의 필요가 없다.


얼마 전에 일 잘하던 납품기사 2명 중의 한 명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었다.

부랴부랴 워크넷에 구인 광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아 사장님이 직접 면접을 보셨다.

사장님이 직접 면접을 보는 전통(?)은 내 입사 때부터 그랬다. 마음에 드는 면접자는 한 시간 가까이 면접을 본 후 선발 하셨다.


이번에도 수많은 이력서 중에서 엄선된 서너 명의 운전직 면접자들이 면접을 보았다. 사장님은 그 중에서 착실해 보이는 한 명의 면접자를 낙점하셨고 일주일쯤 후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인수인계도 받고 일에 적응하는 듯했다.


한 달 전쯤 새로 입사한 납품 기사가 내게 와서 사장님 면담을 요청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만두려고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이유를 캐물었지만 끝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

동료 기사도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는 말만 하고 그냥 돌려보냈다.

그 이유는 납품 기사의 일시적인 욱하는 감정으로 퇴사를 결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2주 전쯤 또 그 기사가 내게 와서 사장님 면담을 신청했다. 나는 이번에도 달래서 그냥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는 한번 더 찾아오면 정말 그의 의견을 수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무척 성실해 보이고 우직해 보이는 젊은이였다.

항상 나를 보면 고개를 깎듯이 숙이며 인사하는 예의 바른 친구였다.


나는 그의 카톡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프사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프사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느리지만 다른 삶을 살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퇴사를 결심한 그의 심경을 고스란히 반영한 프사가 아닐까 싶었다.


오늘 나는 새로운 사실을 접했다.

물류담당 부서장이 그에게 막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욕설까지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는 아마 그래서 충격을 받고 퇴사를 결심했으리라.

거기다 한술 더 떠 임원 한분은 그를 덜떨어진 것 같다고 막말을 했다.


나는 이제 그를 더 이상 붙잡아 두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가 나를 찾아와 사장님 면담을 신청하면 그를 위해 요청을 들어줄 생각이다.

그에게 이 회사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곳이었으리라.

그런 곳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의 아픔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이제 직장은 더 이상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다

직장은 전쟁터이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밟고 일어서는 오늘의 직장은 그런 곳이다.



* 대문사진은 그의 프사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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