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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Apr 24. 2024

마음이 아픈 처남

내가 둘째 처남을 처음 본 것은 결혼 전 처가에서 아내와 잠시 동거할 무렵이었다.

내 막냇동생과 동갑이던 처남은 우체국 공무원으로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 가지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듯했다. 처남은 착하고 순수했으며 호기심 많고 열정도 많은 젊은이였다.


그렇게 착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던 처남의 생활에 변화가 온 것은 내가 결혼하고 나서 한참 후였다.

우체국 창구에서 근무하던 처남에게 우체국에서 택배업무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 일로 인해서 처남이 충격을 많이 받았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리고 한참 후 처남이 우체국을 그만뒀다는 소식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처남이 우체국 휴직이 아닌 퇴직을 했다는 소식은 장인, 장모님은 물론, 처가 식구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처남은 우체국 퇴직 후에 오랫동안 백수로 지냈다.

그러고 나서 어느 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것이었다. 처남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정규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선언을 하니 향학열을 칭찬하기보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처남은 법학과를 진학해 형제들처럼 사법고시를 보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1년을 공부해 대구의 4년제 대학 법학과에 합격했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처남이 대학 법학과를 얼마동안 다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했는지 중간에 휴학을 하고 말았다.


한참 후에 처남이 직장에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대 만드는 공장에 다닌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곳에서 착실하게 일하며 봉급도 장모님이 잘 저축해 나가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이도 서른을 넘겼다. 장모님은 처남이 자리 잡고 직장에 다니도록 혼사를 해 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셨다. 괴팍 성격과 집착이 강한 처남을 좋아하는 여성은 없었다.

한 번은 맞선 본 여성을 자동차에 태우고 밤중에 무주까지 데이트를 가며 하룻저녁에 과속스티커를 3개나 받아온 적도 있었다.

처남의 병증이 심해진 것이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큰 처남과 막내 처남은 잘 나가는 공무원이다. 교육자였던 장인어른의 영향인지 아내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자식들이 공직에서 내로라하는 자리에 있다.

둘째 처남은 어릴 때부터 좀 특별했다는-안 좋은 의미로-이야기를 아내로부터 들은 기억이 난다.

그것이 아내한테 들은 저수지에서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 탓인지, 아니면 교사였던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훈육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인 장모님에게 둘째 처남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장모님은 생전에 항상 둘째 처남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셨당신의 사후 그의 삶을 걱정하셨다.


둘째 처남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대구 인근의 도시에서 무전취식을 하며 술까지 먹고 택시를 불러 타고 오다가 택시 안에 토하기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인 장모님의 최후의 선택은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남은 정신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처남은 병원에서 퇴원 후 다시 직장생활을 했다. 더욱 심해진 병증으로 직장생활은 순탄지 않았고

가족모임에서 분란을 일으켜 큰처남을 때리는 폭력성까지 드러냈다.

둘째  처남은 다시 정신병동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깥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지가 3년이 넘은 듯하다.

장인어른은 여전히 그를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주말 청도 본가에 갔더니 어머니가 둘째 처남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어머니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내가 맡아서 데리고 있으라 신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퇴직하고 나서 처남을 청도의 내 농장에서 데리고 있을 생각이었다.

마음이 아픈 처남의 남은 삶을 내가 옆에서 챙겨주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다행히 처남은 나를 잘 따르고 내 말도 잘 듣는다.


* 대문사진 :  중앙일보 기사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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