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우리들만 있으면.
<중략>
오늘 난 감사드렸어
몇 해 지나 얼핏 너를 봤을 때
누군가 널 그처럼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었음을ᆢ"
가수 윤종신의 오래된 히트 곡 "오래전 그날"이라는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내 또래의 젊은 아재들은 흘러간 지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했고 열광했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고 노래방에 가면 주야장천 그 노래만 불러댔다.
국민학교 5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 동창이 메신저로 비타민C를 보내주며 더위를 잘 이겨내라고 응원을 보냈다. 국민학교 5학년때니 정확히 만 48년 전에 같은 반이었던 여자 동창이다.
가끔 동창회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친구, 서울에 살아 1년에 한두 번 동창회에서나 보던 친구인데
이렇게 나를 생각해서 선물을 보내주다니 진정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몇 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올해 1월에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는데도 동창밴드에 부고도
올리지 않고 소리소문 없이 장례식까지 마쳐 버렸다.
나도 가끔씩 경조사는 가족끼리 모여서 조용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온 터라 그녀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동창들이 환갑에 모두 만나서 해외여행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직장인들이 있어서 같이 시간을 내기가 힘들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칠순에 만나 모두 다시 여행을 가자고 했다.
나는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그러자고 했다. 이제 칠순까지는 모두들 꼼짝없이 건강하게 살아야 할 의무감이 생겼다.
새털 같이 남은 살아갈 날들에 안도감이 생기면서도 가끔씩 들려오는 지인이나 친구들의 부고에 "가는 데 순서 없다"는 어른들의 이야기와 "살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자조 섞인 현실적인 한마디가 때로는 삶의 지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몇 개의 정기적인 모임과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음주와 가무로 일관된 초등학교 동창회에 염증을 느껴 참석하지 않은 지 두어 해가 되었다.
그나마 불교학생회 모임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다져온 가족 같은 분위기라 분기마다 꼬박꼬박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직장생활 중 가입한 독서모임이나 올드팝 동호회는 소속감이나 연대감은 약해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가서 좋다.
나이가 들어도 여러 집단에 소속되어 바쁘게 살아가는 중년도 있고 갈 데가 없어서 공원의 벤치나 산속 체력단련장에서 시간을 죽이는 노인들을 종종 본다.
다들 각자가 선택한 길이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행복한 노후를 추구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오래된 진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차피 인간은 맨몸으로 태어나 떠날 때도 몸뚱이 하나뿐이다.
미니멀한 삶을 살아야 할 때라고 항상 생각하고 아내도 미니멀 라이프를 보여 주겠다며 노래를 불렀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진 것들은 정리하고, 삶은 미니멀하게 간소화하고,
복잡하게 얽힌 인연의 실타래도 하나씩 손절해 나갈 시간이다. 그것이 진정한 노후 대책이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31kQQ49iv0c?si=fQ8Q6UBTYj1bI1F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