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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사람들

by 석담

지난 주말에 1박 2일 일정으로 아내와 둘째 딸과 함께 서울에 갔다.

2학기에 복학하는 둘째의 짐을 원룸에 옮기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했다.

요즘차는 차선을 인식하는 기능과 크루즈를 이용해서 자율주행에 가까운 운전이 가능하지만

구닥다리 내차는 무조건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아야 했다.


서울로 출발하기 하루 전인 금요일 저녁에 본가에 들렀더니 어머니는 김장용 고추가 다 병들었다며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그렇게 자주 방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마와 폭염으로 고추가 병이 들고 말았다.

어머니의 계속되는 잔소리를 들으며 나는 행복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직도 내 곁에 계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지만 당신들과 함께할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에 울컥해지기도 했다.

토요일 오전 9시쯤 대구를 출발해서 중부선을 타고 여주를 거쳐 서울로 진입할 생각이었다.

아내와 둘째 딸은 가는 내내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하프 마라톤 대회 참석에 대한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아내와 두 딸은 11월에 한강에서 있을 "2025 한강의 기적 마라톤" 대회에 동반참가를 신청해 둔 상태이다.


아내는 서울에 가면 수도권에만 있는 스포츠 브랜드 대리점에 들러 러닝화를 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우리는 서울로 가는 중에 우연히 하남에 있는 S 복합쇼핑몰에 그 브랜드의 대리점이 있는 걸 알고 들러 아내와 딸아이의 러닝화를 구매했다.

아내는 몇 년 전에도 장거리 달리기에 관심을 갖고 경주 벚꽃 마라톤의 단축코스나 대구 마라톤 대회의 단축코스에 해마다 빠지지 않고 참가했었다.

취미가 등산으로 바뀌면서 한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중단하였었는데 다시 그 취미가 부활한 셈이다.


아내는 내게 마라톤이 돈이 제일 많이 드는 운동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달릴 수 있는 한강이나 신천 같은 천변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 같다.

아내와 딸들은 매일 각자의 집 주변에서 장거리 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몇 년 만에 서울에서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우리 가족은 남산에 올라 서울의 풍경도 감상하고 남산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이태리 음식도 먹고

딸들에 떠밀려 네 컷 사진도 찍고 명동의 번화한 거리도 거닐었다.

여행하는 내내 아내는 내게 장거리 달리기 대열에 동참하라며 압력을 넣었다.

엉뚱한(?) 내가 장거리 달리기에 동참하려면 내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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