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환갑을 맞았으니 사회통념상 초로의 나이라 해도 크게 어긋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후의 삶과 노인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이제는 직장에서 퇴물 대접을 받고 사회적 관계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노인을 생각하면 아버지와 장인어른 같은 남자 노인이 떠오른다.
지식인으로 사셨던 장인어른과 노동자로 사셨던 아버지가 팔십 노인이 된 지금에는 그 간극에서 별 차이가 없음은 확실하다. 그리고 노년의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비슷해 보인다.
아버지나 장인어른은 고집이라 불리는 생각의 고착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인어른은 밴드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하는 팩트 확인이 안 된 근거 없는 정보를 퍼서 자식들에게 공유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노인은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건강 염려증이라 할 만큼 당신의 건강과 몸에 대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신다.
간혹 119에 연락해서 혼자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시는 일도 있다.
아버지도 장인어른과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
건강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노화에 대한 퇴행을 받아들이시지 못한다.
비근한 예로 대학병원까지 가서 치료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안과적 문제를 내가 본가에 갈 때마다 들먹이시곤 한다.
내 기억에 아버지는 일찍 은퇴하시고 돈벌이에 손을 놓으셨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일흔이 될 때까지 직장에서 생활비를 벌어 오셨다. 여든이 넘은 어머니는 지금도 노인 일자리를 하시며 가정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는 어머니의 입금 통장을 관리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계신다.
고관절 수술을 받으시기 전까지 아버지는 일주일에 몇 번씩 어머니의 통장을 정리하러 1킬로미터도 넘게 떨어진 농협 ATM기계가 있는 곳까지 다니시곤 했다.
내가 일상으로 만나는 또 다른 노인이 있다.
올해 일흔네 살의 회사 사장이다.
내가 20년 전부터 보아온 사장이건만 노인이 되고 나서 확연히 달라졌다.
돈에 대한 집착과 시시때때로 내뱉는 비인간적인 욕설,
인간미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기주의와 소통이 되지 않는 대화.
https://video.daum.net/s/457141513
나는 사업주를 보면서 우연히 본 이건희 회장의 쇼츠가 떠올랐다.
60이 넘으면 실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현실을 꿰뚫어 본 맞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가 노인들에게 꼭 필요하다.
내가 알고 만나는 노인들은 하나 같이 나의 노년의 롤모델이 아니다.
또한 언감생심 100세가 넘은 김형석 교수 같은 양식 있는 노인을 원하는 것 또한 아니다.
헨리폰다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황금연못'의 '노먼' 같이 가족과 화해하고 포옹하는 그런 노인으로 살고 싶다.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베풀면서 노년을 즐기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