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소소한 일상

by 석담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다 문득 격자창 앞의 꽃에 눈이 갔다. 창밖은 영하의 날씨인데 집안에서 이렇듯 꽃을 피워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모바일 검색을 해보니 사랑초라고 이름이 뜬다. 하트 모양의 보라색 잎을 보니 사랑초라고 하는 이유가 와닿았다.


지난 수요일에 과음을 한 탓인지 며칠째 술병이 들어 골골거리다, 어제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밤새 푹 자고 났더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이제 정말 술을 끊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서랍 속에서 건강검진 결과지를 꺼내 절주 하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한자(漢字)를 검색해 보았다.

'절주(節酒)'는 '절주(切酒)가 아닌 절제(節制)와 같은 의미로 조금씩 줄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금주(禁酒)가 아닌 것에 안도했다.


아내는 이 영하의 날씨에도 산악회 회원들과 등산을 떠났다.

30여 년 가까이 살다 보니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각자의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가 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 가끔씩 의문이 들곤 했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던 것일까.

내가 사랑한 것이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분별없는 끌림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의 우행이 사랑'이라면 결혼은 '장기간에 걸친 우행'이라는 니체의 말을 나는 결혼 전부터 언제나 숭상했다."

아침부터 읽고 있던 박범신 작가의 소설 '소금'에 있던 문장이 생각났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독서 챌린지가 이제 그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로 시작된 책 읽기는 조정래작가의 '태백산맥'으로 바통을 이어갔다.

태백산맥은 총 10권의 연작소설이라 챌린지 기간에 다 읽어 내기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퇴근하고 저녁 식사 후부터 읽기 시작해도 두, 세 시간의 독서 시간만으로는 진도를 나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오늘 새벽에는 문득 지난 독서모임에서 빌려 온 박범신 작가의 '소금'이라는 소설에 마음이 움직여 점심도 건너 띄고 읽어 나가는 중이다.


읽어야 할 책들은 산같이 쌓여가고 게으름은 고쳐지지 않으니 진퇴양난이다.

읽다가 만 유재주 작가의 '열국지'는 9권에서 멈췄고 '베르베르'의 신작 '키메라의 나라'는 작년에 사서 e북에 다운로드한 후로 열어 보지도 못했다.

어쨌든 오늘은 박범신 작가의 소금은 끝낼 요량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지만 이 대목을 읽으며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아들을 위해 고향을 떠나자고 종주먹 들이댔던 어머니와 그 모든 결과의 빌미가 된 나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했을 무렵이었다

'그러니까 꼭. 대학까지 가야 되겠냐?'

아버지가 그렇게 물은 것은 이삿짐을 싸던 날이었다. 아버지는 그때 이미 당신의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예감했는지도 몰랐다."


부모님을 모시고 청도로 이사오던 날 아버지는 하염없이 부산 앞바다를 바라보시며 이사 가기 싫다고 하셨다.

그리고 여전히 부산 앞바다를 그리워하시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아버지가 고관절을 다치셔서 수술까지 하시고 삶의 질이 많이 낮아 지신게 나 때문인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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