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도 사랑이다

by 석담

"그래, 나도 이제 지쳤다. 이참에 갈라서자“


나는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를 토해냈다. 그날은 설을 이틀 앞둔 날이었고 일본으로의 가족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청도 본가로 가는 차 안에서 아내의 불평에 결국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차 안에는 성인이 된 두 딸도 타고 있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이혼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말했다.


나의 화난 목소리가 끝나고 침묵이 흘렀다. 흥분의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상태로 계속 운전을 했다. 교통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예감이 들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꿋꿋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잠시 후 뒷좌석에 있던 작은딸의 흐느낌이 들리더니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래, 이혼해라, 마."


큰딸은 체념에 가까운 한마디를 건조하게 내뱉었다. 본가에 도착할 때까지 어느 누구도 더 이상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부부싸움의 시작은 작고 소소한 것이었다. 내가 독서할 때 안방 문을 닫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다.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 문을 닫은 것이 아내에게는 단절로 와닿은 것이다. 또, 아내는 식탁이 지저분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나는 무언가를 먹고 나면 꼭 흔적을 남기곤 했다. 내용물을 뜯은 포장지나 음식 찌꺼기가 식탁에 남아 있으면 아내는 굉장히 불쾌해했다. 한마디로 청소나 청결에 내가 많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내에 대한 불만을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마음에는 담아두고 있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나의 불만을 아이들이 들으라고 한 가지씩 논리적으로 뱉어냈다. 아내는 유연근무제라 저녁 7시 반이 넘어야 퇴근한다. 일찍 퇴근하는 내가 매일 저녁밥이나 반찬을 만들어야 했지만,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았았다. 내가 출근할 때는 항상 잠들어 있었고, 출근 배웅도 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아내의 반격은 없었다. 작은딸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기 전에 눈물을 훔쳤고, 아내는 여느 때처럼 밝은 표정으로 부모님께 살갑게 대했다. 부모님 앞에서 나긋나긋한 아내를 바라보면서 불평과 불만이 봄눈 녹듯이 사라졌다. 별다른 화해가 없었지만, 우리의 다툼은 칼로 물 베는 것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행이라는 설렘이 우리를 기다렸고 캐리어에 짐을 챙기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었다.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고 일본 여행도 잘 다녀왔다. 관광지에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사진도 찍고 이자카야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잘 살아보자고 건배를 외쳤다. 신혼의 기분으로 떠나온 일본 여행은 결혼 생활의 재충전이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다정한 부부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내와 오십 대 중반까지 같은 방을 썼었다. 공인중개사 공부를 핑계로 비어있던 딸아이 방으로 아내가 거처를 옮겼다. 그것이 우리 사이에 거리감이 생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것 같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우리가 그랬다.


유치한 다툼이었지만,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알고 보니 사랑 투정이었고, 아직 인생살이가 미성숙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


결혼 후 처음 입에 담은 이혼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덫글>

그동안 혼자서 많은 글들을 써 왔지만

아직까지 에세이 크리에이터에 걸맞는

제대로 된 글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어제부터 글쓰기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 계신 기성 작가님의 퇴고를 거쳐 좀더 나아진 글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배워서 더 나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