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유물 발견 사건의 전모

by 석담

지난 주말이었다.

아내와 청도 본가에 들러 어머니가 해 주신 진짜 집밥을 먹고 주변의 아담한 소나무 동산을 향해서 산책을 했다.

이제는 촌에도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주택 디자인을 벗어나서 다양한 건축자재와 새로운 설계로 멋진 집이 많다며 아내와 노닥거리다 보니 어느덧 동산에 도착했다.


그곳은 동산이 아니었다.

오래된 소나무에 둘러 싸인 선산이었다.

여기도 산소, 저기도 산소, 많은 묘들이 있는 어느 가문의 소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선산이었다.

높은 산의 깊숙한 숲 속에 자리 잡은 할아버지의 산소를 생각하니 많이 부러웠다.


그런 생각도 잠깐, 많은 묘들 사이로 걸어가니 왠지 으스스 해졌다. 아내와 나는 서둘러 누구의 소유인지 알 길도 없는 밭을 가로질러 내려오던 중이었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상한 돌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찬찬히 둘러보던 나는 쾌재를 불렀다.


"유레카"


그랬다. 그것은 영락없는 석사자상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충 신라시대쯤으로 추정되었다.

나는 아내에게 이 돌사자상은 틀림없이 이 밭에서 포클레인 작업을 하다 나온 거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유물이 맞다고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그 주변에는 큰 바위 덩어리가 몇 개 산재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여러 방향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문화재 신고방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문화재 관리청에 신고하려고 보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청도군청 문화관광과에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대충 업무 좀 정리해 두고 청도 군청에 전화했다.

그리고 문화관광과 주무관에게 사건의 전모를 털어놓았다.


"제가요, 어제 석사자상을 하나 발견했는 데 통일신라시대 문화재, 아니 유물로 추정됩니다. 빨리 조사 좀 부탁드립니다."


나는 문화재라는 말은 너무 앞서 간 느낌이 들어 유물로 정정했다. 흥분되었지만 짐짓 차분한 척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그 주무관은 내가 보낸 사진을 확인하고 장소도 물어보고는 확인 후 연락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 석사자상이 유물로 지정되면 발견자로 내 이름이 등재될 거라는 흐뭇한 상상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그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조사를 나왔다며 끝나고 연락을 주겠다 했다.

전화가 오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화는 안 오고 한통의 문자가 왔다. 문화재가 아니란다.

아내에게 문화재 신고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그리고는 그 석자자상 주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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