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브런치를 생각하다

by 석담

새해가 밝았다.

세상은 새해라며, 임인년(壬寅年) 흑호(黑虎)해라며 다들 난리다. 코로나 때문에 정부에서 해맞이를 원천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2022년 새 아침의 해돋이를 보고 사진으로 또 동영상으로 찍어서 SNS로 퍼 나르고 보내왔다.

매년 지난날들은 어김없이 다사다난했고 새해 아침은 언제나 밝고 희망에 차 있었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아침 해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데

새해는 항상 모두에게 남다르다.

어쩌면 새해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오늘 새벽 낙만정(樂滿亭)에서 새해를 맞았다.

낙만정은 우리 부부가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준비한 농막(農幕)이다.

아침 해를 보고 가슴이 벅차 오는 건 새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일출은 언제나 경이롭고 신비하다. 얼어붙은 대지를 비추는 그 따스한 온기는 세상의 냉기와 서늘함을 감싸 보듬어 안는 것 같다. 마치 브런치가 그러하듯이.


나이가 들어서는 한 살 더 먹는다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한 살을 더 먹었다.

새해가 밝았으니 무엇인가 뜻깊은 일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야 할 의무감 내지는 사명감 같은 것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하여 나의 본업처럼 바뀌어 가고 있는 브런치의 글쓰기에 임하는 나의 자세와 태도를 곱씹어 보고 올 한 해 열과 성을 다해 브런치 글쓰기를 이어가리라 새해 벽두에 다짐해 본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과정은 오롯이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힘든 작업이다.

남들 앞에서 나의 어린 시절 유치한 기억부터 사춘기 소년의 비밀까지 모두 까발리고 나면 나는 발가벗은 채로 독자들 앞에 선다.

요샛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정도가 되어야 한 편의 글이 근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몇 편 써내고 나면 독자들이 나의 흑역사까지 꿰뚫고 있는 것 같아 얼굴이 붉어진다.

아내는 내가 올린 콩트를 읽어 보더니 단번에 그 이야기가 어릴 적 실제로 있었던 내 이야기라는 걸 짚어 낸다.

나는 부끄러움과 쪽팔림(?)으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고 영혼까지 털려가며 쓰는 글이 내게 주는 이점도 있다. 카타르시스 같은 정화 작용과도 흡사하다.

나의 흑역사와 유치 찬란한 과거를 고해성사처럼 떠벌리고 나면 나는 마치 나의 죄가 사(赦) 하여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다시 순수한 영혼으로 재탄생한 듯 죄의식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1. 나의 브런치 글쓰기의 기본 원칙은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이다.

쓰고 싶지 않을 때는 때려죽여도 쓸 수 없다.

왜냐면 마감에 쫓겨 의무감에서 쓰는 글은 한 꼭지의 때우는 글이야 되겠지만 내가 진정 바라는,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은 아닐 것이다.

나의 생각의 샘이 모여 넘치고 작은 물길을 만들 때쯤이면 내 글 쓰기는 쉬지 않고 계속된다. 그런 날에는 서너 편의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의무감으로 써야 할 때면 하루 종일 첫 줄도 시작하기 힘들다.


2. 일단 쓰기 시작하면 그 생각이 단절되지 않도록 한 번에 가야 한다.

일필휘지로 쓰다 보니 나중에 오류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나는 여전히 이 방법을 고수한다.

그리고 따로 소재나 주제를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시시각각으로 떠오르는 번득이는 키워드가 그날의 글제가 되는 것이다.

글제로 선택한 키워드는 이미 내게 많은 의미와 뒷 이야기를 함유한 것들이라 재고할 여지도 없이 바로 수작(手作)이 가능한 것이다.


3. 쓴 글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이다.

이미 퇴고를 마치고 나간 글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좋은 글로 폭발적인 라이킷을 받을 수도 있고 독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너무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몫이라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4. 갈수록 나아지는 글을 발견했다면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에 처음 올린 글과 방금 내가 쓴 글을 비교해 보면 어딘가 조금이라도 다름이 느껴진다면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이다.

콩트가 단편이 되고, 단편이 장편이 될 때까지 쭈욱 나의 글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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