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로 살기

by 석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사회생활이 권태로워질 때쯤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갖는 비슷한 로망이 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텃밭을 갖기 위해 거의 1년 가까이 대구 외곽의 논과 밭을 떠돌았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인지 마침내 집에서 50분 거리의 청도에 마음에 꼭 드는 밭을 찾아 매매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텃밭을 구한 이유는 또 있었다. 부산에 계시는 어머니의 소일거리를 찾아 드려야겠다는 의무감에서였다.

직장 생활을 30년 넘게 하셨던 어머니가 퇴직 후 소일거리가 없어서 우울증이 오기 직전이었다.


올해 봄, 생초보 도시 농부의 첫 텃밭농사가 시작되었다.

밭의 면적이 300평을 넘는 바람에 우선 농지원부부터 발급받았다. 밭에는 감나무, 호두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자두나무가 이미 심겨 있어서 풍성한 가을을 상상해도 좋았다. 감자, 콩, 고구마, 땅콩, 들깨, 상추, 대파, 호박, 옥수수 등 심을 수 있는 모든 야채와 곡식을 심었다.


차로 1시간이 넘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매주 밭을 찾아 농사를 도와주셨고 그것은 어머니에게 큰 기쁨이었다. 더불어 어머니의 건강도 날로 좋아지셨다.

그 뜨거운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도 어머니와 나의 농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초보 농부라 대부분의 농사 정보를 인터넷이나 유튜브, 그리고 농약사나 종묘사 사장님을 통해 얻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어릴 적 경험에 의존한 농사 상식과 집 옥상에서 갈고닦은 텃밭 경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우리의 텃밭농사는 잡초와의 싸움에 지고, 벌레의 쉼 없는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올해의 수확은 크게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초보 농부라는 걸 감안하면 크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는 배추와 무, 그리고 쪽파가 잘 자라고 있다.


얼마 전에 어머니가 우리 부부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주셨다.

그동안 부산에서 왔다 갔다 하시느라 힘드셨는지 내가 그동안 계획만 하고 자금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 '농막'을 비용을 대 줄 테니 지으라고 하셨다.


이제 11월이면 농막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농막이 완성되면 그곳에서 어머니는 고단한 몸을 추슬러가며 우리 부부와 더불어 다시 힘차게 도시 농부의 건강한 삶을 이어가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