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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수 Jan 20. 2022

프리랜서 독 같고도 꿀 같구나

2년 차 프리랜서가 전하는 이야기

왠지 프리랜서라고 하면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상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보다 자율적으로 일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이 엄청 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무슨 프리랜서냐며 한낱 소망의 한 부분이라 치부했고,

내 업무 환경에 대해 딱히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2020년 코로나가 터졌고

결혼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다니던 회사의 안정성, 이 두 가지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혼 여성, 특히 아이까지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일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고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 기업이었기에

이 회사를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실행력 좋게도 곧장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다

남편도 응원하고 밀어주었기에 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프리랜서가 된 처음엔 뭐든 너무 좋았다.


느지막이 햇살을 맞으며 일어날 수 있다는 여유와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업무 환경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는 효율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일을 하고 있으면 야옹이가 내 책상 위로 올라와 잠을 자기도 했다

클래식을 들으며 일을 하기도 하고, 자주 커피를 내려 먹기도 했다

내 업무 환경만큼은 여느 뉴욕의 프리한 회사 못지않았다


초반에는 나름 계획도 세우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으리 마음도 먹고, 포부는 나를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일도 나름 잘 풀리면서 회사 월급보다 적기는 하지만 입에 풀 칠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들어왔으니 꽤 만족스러웠다


한 두 달 정도 지났을까 게으름이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하면서 낮보다는 밤과 새벽이 더 길어졌고

이마저도 자기 개발에 힘쓰는 것이 아닌 자거나 핸드폰을 만지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어보아도 내 옆에 보이는 푹신한 침대와 핸드폰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웠다


분명 시간이 넘쳐나는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고 충분히 쉬었음에도 내 몸은 항상 피곤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이때 느꼈다,

아- 프리랜서란 독 같고도 꿀 같은 거구나

나는 제자리에 있는데 결혼이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돈을 얼마나 벌고의 문제가 아닌 게으름을 벗고 생활 패턴이 정상적으로 맞춰져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회사를 들어가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였지만 그렇게 되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아 현재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 조금 더 바쁘게 움직이기로 했다


굳이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잡아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늘렸고,

남편이 일어나는 시간에 함께 일어나서 해가 떠 있을 때 업무를 보거나

일 할 때 너무 늘어지면 업무 시간이 배가 될 때도 많아서 남편 퇴근 시간에 나의 퇴근 시간도 맞추었다


프리랜서는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잠옷 바람으로 일어나 옷을 갈아입지도 씻지도 않고 업무를 볼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지금 해야 할 업무를 나중으로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율적인 환경에 놓인 만큼 내가 나를 조이지 않는다면

풀어지기가 쉽기에 해야  일을 못하는 것은 물론 발전의 여지 또한 사라지게 된다


그만큼 프리랜서는 독 같고도 꿀 같기에 프리랜서를 하려는 분들, 선망하는 분들이라면 나름대로 정해진 규칙적인 루틴 안에서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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