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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Feb 24. 2022

집 공사

인테리어는 힘들어.

집에 난리가 났다.


전 학교에서 업무처리를 하고 새로 근무할 학교로 넘어가 화상 연수를 한참 받던 중이었다.

큰 아이가 카톡을 보낸다.

"아빠, 집에 빨리 와봐야 할 것 같아요'

"왜?"

"집에 물난리가 났어요!"

"??"


오늘 아침,  원래 9시부터 집 바닥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방학중에 부엌 하수배관이 막혀 역류하면서 마루 바닥에 물이 고였고, 나무로 된 강마루가 들고일어나고 시커멓게 썩는 바람에 하수배관 뚫기 작업으로 공사를 한번 한 참이었다.


그대로 두기엔 마룻바닥이 시커멓게 변해 보기가 싫게 되고, 마루가 들고일어나 나무 가시에 찔릴지경이 된 것이다.


그럼 이참에 새롭게 바닥 타일을 깔아 보자는 아내 의견에 나는 조금 반대였지만 새로운 시도도 나쁠 것 같지 않아서 공사업체를 수소문해보고 타일 모양까지 골라놓고 공사를 시작할 참이었다.


근데 아침 계획된 공사 시작 시간 9시가 되도록 공사하기로 한 아저씨는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된다.

2시간이 지나도 연락도, 전화도 안되어서 '참 책임감 없는 아저씨네' 하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치운 보람도 없이 집을 나서야 했다.

학교에 업무를 하러 가야 해서 11시까지 기다리다가 출근하고 연락 오면 어찌 공사가 되겠지 하고 일 보고 있었는데 그동안 아내가 원래 이야기했던 업체와 통화 후 다른 사람을 섭외해서 공사를 시작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마루를 드러내야 해서 기계질을 하고 그라인더로 마루를 깎던 아저씨가 식기세척기 급수 호수를 댕강 잘라놓았다.  

'콸, 콸, 콸'

 직수로 연결된 호스에서 물이 엄청 샜던가 보다.

 내가 있었으면 그게 어떤 호스이고 어디에 밸브가 있는지, 집 양수 밸브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니 빨리 조치를 했을 텐데 집사람도 모르고 아저씨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대로 홍수가 났던 모양이다.


어찌어찌 물이 한참 새고 나서 나와 통화하고 현관 밖에 있는 양수 밸브를 잠그고 나서야 물이 멈췄고,  작업하는 아저씨와 집사람이 쓰레받기로 물을 퍼 담았는데 뜯어낸 마루와 물이 섞여 엉망진창 공사판이 되었다.

퍼낸 물을 화장실에 부으면서 나무 조각에 화장실도 난리가 되고.


 이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이럴 때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마루 조금 썩어 공사 시작했는데 부엌 마루 전체가 물이 스며들었다.  요즘 연예인 누구를 좋아하면 빠져든다는 의미로  ~며든다 하던데.  이건 진짜 좋은 의미의 스며듬이 아닌데...


큰애의 전화에 안 되겠다 싶어 듣던 연수를 핸드폰으로 바꾸어 틀면서 집으로 빠르게 복귀해 보니 전쟁통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바닥은 반은 축축이 젖어 있고 아저씨는 기계가 안된다며 손을 놓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기계의 사용 전압이 높았는지 차단기가 내려간 것이어서 조치해 주고 보니 작업자 아저씨의 실력이 그다지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 아니 조심해서 하시지. 거기 호스가 보이는데 그라인더를 가져다 대시면 어쩌시냐"


1.5평 부분 수리하려다 3평 넘게 물이 스며든 모습을 보니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이 들어 아저씨에게 투덜거리는 말을 하게 되었다.  


참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1차 물난리는 해결을 해놓은 상황이라 잘라진 호스는 타일 집 사장님이 중간 이음 부품을 사 와 이어 놓았고, (이것도 호스를 상당 부분 잘라냈는데 이어서 물만 안 새면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업체를 불러 호스 전체를 교체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또 한 번 걱정) 차단기 내려가 사용 안되던 기계는 차단기 올리니 작동이 잘 되고, 마음만 착잡하였다.


어찌어찌 기계가 돌아가니 아저씨는 마지막 작업까지 해서 겨우 5시 30분에 공사는 마쳤는데 이래저래 맘에 들게 공사 마무리가 되진 않았다.  원래 공사 부분이 작았기에 하루에 마루 철거 작업과 타일 붙이기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는데 늦은 공사 시작과 물난리로 오늘은 철거만 해야 할 것 같단다.  


내일 타일 붙이는 아저씨가 와서 작업을 한다는데 그도 잘 될지 걱정이 앞선다.


차라리 공사를 하지 말걸.  후회가 되는 하루였다.


아침에 큰 아이와 마루를 보면서

"처음 역류했을 때 보다 꽤 말랐는데?"

"별로 티가 안 나는데?"

그때 하지 말자고 했어야 했을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속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속이 상하고 마루에 물이 스며든 것을 보며 이러쿵 저러쿵 불평을 하는 게 아내는 싫었는지 자꾸 아저씨와 업체 편들듯이,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이야기하고 쓸데없는 아이 창업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게 싫어서 한 소리 했더니 또 집사람과 2차 다툼이 되었다.


 공사한 작업자 아저씨가 일부러 그렇게 하진 않았겠지만 공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니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공사를 맡긴 고용자로서 나중에 정말 마루가 들고일어나면 책임을 물어야 하기에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름 예의를 갖춰 이야기하였는데 그게 같이 사고 처리를 한 집사람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나 보다.


보일러를 세게 틀어 놓았다.  물난리로 스며든 물이 내일 아침이면 흔적 없이 증발해서 원상복구가 되면 좋겠다.

 나머지 타일작업도 깔끔하게 끝나고 계획된 대로 마무리되기만 바라본다.


공사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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