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9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이제 종말을 고할 때도 머지않은 것 같다. 챗 GPT라는 프로그램을 경험해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완벽함에 가깝게 정보를 찾아내고 원하는 대로 논리적이기까지 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학교는 미래에 쓰이지 않을 지식을 배우고 있다는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미래에는 지식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철학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배워야 하는 곳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 학생들과 수업을 해보면서 그들에게 가르쳤던 지식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지고 있으나 한 가지 달라지지 않은 것은 학생들의 친구 관계이다.
학교에서는 지식과 함께 잠재적 교육과정을 배우게 되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반 같은 학년의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배우는 의사소통과 그들만의 삶을 공유하면서 알게 되는 세상의 지식들이다. 선생님과의 대화보다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나누는 대화가 아마도 열 배는 많지 않을까 싶다. 교사라는 우리 역시 학창 시절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그 지루하고 힘든 입시를 견뎌 내 오지 않았던가. 그런 친구들이 아직도 만나면 엊그제 중학교, 고등학교 교실에서 신나게 떠들어 대던 기억으로 반갑게 하루종일 떠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다양한 정보와 소식들을 친구들끼리는 편하게 주고받으며 공유하는 것이 부담이 없으니 서로 발전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게 된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친구들과 아직까지도 소통을 이어나가며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부터, 대학교 동기, 학군단 동기, 지역 내 비슷한 나이대의 선후배들, 연수 동기 등 다양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접하고 또 교류하면서 서로 상호보완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과학기술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카톡방, 밴드, SNS등을 통해 서로 멀리 있어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세상이라 친구의 개념이 더 확장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친구라는 영화도 있듯이 그들이 있어서 내가 용기 낼 수 있었고, 그들도 나로 인해서 도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 부딪혀 다투기도 하지만 그러고도 친해지는 친구 사이란 어떤 과학적 사고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그런 끈끈함이 있다. 이런 친구들 사이도 최근엔 학폭이라든지, 소송이라든지 하는 일들 때문에 점점 상막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진정한 친구라면 친구에게 그러한 부담되는 일들은 만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너도 좋고 나도 좋아야 그게 친구가 되니까 말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거나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의 친구 관계를 접하게 된다. 어떤 친구는 소극적이어서 몇 명의 친구밖에 없지만 그 친구들과는 아주 깊은 우정과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다양한 친구들(거짐 전교생과 친구 먹을 뻔한)과 허물없이 지내며 친구관계를 갖는 경우도 있다. 그런 친구들 속에서 오래가기도 하고 진정한 친구라고 하면 친구가 힘들 때, 어려울 때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일에 대하여 같이 해결해 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친구. 그런 친구가 가장 중요한 나의 재산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나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해 주는 배려심이 필요하다. 이런 배려심이 하루아침에 생겨나진 않겠지만 주변을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고 챙기는 친구들은 공감능력이 대부분 뛰어난 친구들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그 친구의 표정, 몸짓, 말투까지도 잘 살펴 친구를 편하게 해주는 힘. 그 힘이 인성이고 바른 삶의 자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인간이 학교에서 바른 인성을 가진 친구를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지고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았었을까?
아. 오늘도 친구와 밤새 이야기 나누며 회포를 풀고 싶다.
당신은 그런 친구가 있나요?
아님 당신은 어떤 친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