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교사로 살아가기
교사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안정된 직업이고 사람들도 존경하는 직업이 선생님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 말은 선생님의 직업적 안정성과 예전부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 관점에서 나온 이야기지 지금의 사회가 대중이 바라보는 교사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뉴스를 보다 보면 아동학대로 고발당하는 선생님들 이야기부터 학부모에게 폭력을 당하는 선생님, 아이들에게 성희롱, 폭력을 당하는 교육활동 침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어쩌면 지금의 교사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일부 몰지각한 학생, 학부모들의 행태로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와 발생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듯하여 심히 걱정이 앞선다. 요즘 도시의 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걸어올 법적 책임을 보장하는 교원 침해 보험을 들거나 각종 교원단체에 가입하는 이유가 교원 침해 사례를 당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참으로 요즘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팍팍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둠 속의 한 줄기 희망이라고 하면 지금 학교에서 열심히 학생들과 소통하며 바른 인성과 참된 지혜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대한민국 교사들과 그들의 한걸음 한걸음을 묵묵히 지원하고 격려해 주는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학교나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존경과 감사보다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라거나 월급 받으면 해야 할 일 정도로 치부하고 너보다 내가 더 잘 안다는 오만과 자만에서 오는 일부 학부모들의 공격이 많은 교사들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상처 내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일부 학생, 학부모들의 그릇된 판단이 전체 교사 사회를 움츠러들게 하고 수업에서 인성, 감성, 지성 모든 것을 가진 전인을 만드는 선생님이 아니고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를 만들어 가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학교사회에서도 그릇된 인식과 교육관을 가지고 학생교육에 해를 주는 행위를 하는 일부 교사와 각종 범죄등에 연루되어 교직사회에 먹칠을 하는 일부들의 일탈행위를 모든 교사 집단이 그러한 것처럼 확대 해석하고 보도하는 언론사들도 문제가 있다. 매년 5월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꼭 교사가 비리를 저지른 기사라든지, 지금은 있지도 않을 촌지 관련 보도라던지, 부도 적힌 일을 한 학원 및 공적기관이 아닌 강사들을 선생님이라는 명칭으로 보도하여 교직사회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하겠다.
교사의 일상은 출근과 동시에 많은 일들을 해결하는 문제해결사로 살아가게 된다. 아침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교실까지 이동하며 떨어져 있는 쓰레기 줍기부터, 복도에 누군가 버려놓은 실내화 주인 찾기, 일찍 등교한 아이들의 안전 확인하기, 교실 온도 체크 및 환기부터 방과 후 수업을 위해 빌려준 교실의 뒷정리와 쓰레기 분리수거 및 휴지통 비우기, 아이들이 떨어뜨린 연필심에서 나온 까만 바닥 자국 지우기, 책상 속 꼭꼭 숨겨진 며칠 된 우유 찾아 폐기하고 우유갑 씻어놓기, 교실 맞이 아침인사 나누기, 아침활동 챙겨 준비하기, 퇴근 후 쌓인 업무 메신저 확인하고 처리하기, 다양한 공문 보고 하기, 동학년 통계 처리하기, 학생 상담 및 학생 출결 확인하기, 책상 줄 맞추고 1교시 준비하기, 수업시작 전 미등 교한 학생 가정에 연락하기 가정에서 온 메시지 확인하기, 오후에 있을 회의 자료 준비하기,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꽉 짜인 수업 준비하기까지. 아침에 확인해야 할 일들의 일부가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업이 시작되면 수업은 수업대로 다양한 자료와 영상, 활동지, 교과서 살피기, 자료 찾아 안내하기, 스마트 기기 활용하여 대여하기, 스마트 장비 연결 확인하기, 학생 활동 결과 확인하고 피드백해 주기, 학생 부진 정도 파악하기, 수행평가 및 정의적 평가하기, 잘한 점 찾아 칭찬하기, 새로운 발문 하기, 창의적인 질문하기, 수업방해 학생 저지하기, 화장실 다녀오는 학생 챙겨 보내기, 지각한 학생 확인하고 준비시키기, 어제 보낸 가정통신문과 회신문 수거하기, 어제 내준 과제 확인하기. 학급별 가정통신문 나눠주기, 학교 전체 안내사항 확인하여 안내하고 통계 취합하기, 글씨 바르게 쓰기 확인, 자세 바르게 하도록 안내, 급식실에서는 바른 먹거리 잘 먹는지 남기는 음식은 왜인지 확인, 어디가 아파서 보건실에 간다면 보내고 확인하기, 옆사람과 떠드는 학생 제지하기, 뒷사람과 싸우는 학생 말리기, 싸우고 슬픈 학생 이야기 들어주기, 달래주기, 주간학생 안내 만들기, 변경된 교육과정 수정하기, 수업 후 알림장 쓰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과 역동적인 교실 안에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교사가 평범하고 일반적인 교사인 것이다.
수업 후에는 또 어떠한가?
수업시간 증에 쌓여 있는 메신저 확인하여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 처리하기, 각종 보고자료 제작하기, 업무 관련 공문 확인하고 답변 보내기, 교육청 자료 엑셀 채워 보내기, 각종 행사 사전 계획 세우기, 각종 위원회 회의 참석하기, 전문적 학습 공동체 연수 참여하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참여학생 챙겨 보내기, 하교하는 학생 안전 및 교통지도 하기, 돌봄 교실 참여학생 확인하기, 기초학력 보충 수업하기, 점심때 싸운 아이들 이야기 듣고 중재하기, 학부모 상담전화받기, 다음 주 교육활동 행사 협의하기, 교육과정 협의하기, 각종 강사 선발 심사하기, 학교폭력사안 조사하기, 동학년 회의 통해 학년 교육과정 조정하기, 학년 활동 사전협의하기, 학생 생활지도 회의 참석하기, 각종 의무 연수 이수하기, 사이버 연수 이수하기, 교육청 줌회의 참석하기, 교육청 지원단 협의하기, 예산 계획 실행하기, 강사 월급 지출하기, 각종 품의 작성 기안하기, 내일 할 학습지 출력 및 제본하기, 담당 업무 가정통신문 확인하기, 체육창고 정리하기, 방송실 정리하기, 과학실 정리하기, 교실 청소정리하기, 교외 생활지도 나가기, 학교 주변 안전 순찰하기, 학급 화단 가꾸기, 텃밭 가꾸기, 교실 화분 관리하기, 교실 기자재 관리 및 청소정리하기, 교실 전원 차단하기, 냉온풍기 확인하기, 공기순환기 확인 가동하기, 교실 시건 확인하기. 이 정도가 교사가 방과후 하는 일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정도 일 할 자신이 있으면 교사 생활 추천 드린다. 뭐 매일 하는 업무나 일들이 있지 않으니 너무 과장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20년 넘게 학교생활을 해봤던 경험을 되돌아봤을 때 학교의 하루는 정말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지나고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쓰러지다시피 누웠다가 다음날 눈뜨고 또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교사가 많다. 그렇게 영혼을 갈아 넣은 한 학기를 꺼짐 마칠 때가 되면 이건 완전히 죽음의 레이스를 벌이는 것과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거기에 우리 반에 교사를 힘들게 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영혼은 잠시 집에 두고 오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교사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을 쓰고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자조적인 글이 된 것 같아서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되는 사람에게 너무 송구한 마음이 든다. 이러한 힘든 하루 속에서도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의 밝은 미소와 수업에서의 초롱초롱한 눈 맞춤들의 행복으로 살아간다. 그것마저 없다면 정말 교단에 서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항상 요즘 동료선생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라때는 말이야~’부터 나오는 것을 보니 나는 확실한 꼰대이자 옛날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경력을 가지신 훌륭한 선배님들이 아직도 많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어쩌면 나의 짧은 경험에서 오는 착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이고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교사가 신나게 수업을 하고 아이들과 행복한 배움을 할 때 우리 학교는 바로 설 수 있고 더 나아가 세계에서 행복한 사람으로 만드는 행복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로 살아가기. 힘들지만 보람 있고, 어렵지만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한 가지 원하는 것은 교육을, 학교를, 선생님을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효율성으로만 이용하지는 말아 주길 바란다.
교사로 바로 서기 위해서. 교사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