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10
학교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학교는 다양한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공무원인 교사로서 근무하는 직장이므로 관리자나 동료교사, 사서선생님, 상담선생님, 행정실 교육행정직 공무원,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실무사, 교무실무사, 시설주무관, 급식조리원, 환경미화원, 배움터지킴이, 돌봄 전담사, 방과 후강사, 예능강사, 정보업체 직원들까지 만나고 소통을 하게 된다.
소통이란 서로 통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좋지 않은 관계로 지내거나, 다투기도 하여 평화로워야 하는 학교에서의 생활이 무척 힘든 일이 되기도 한다. 학교 조직이라는 곳에서의 갈등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관리자와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행정실, 교사와 실무사, 교사와 전담사 등 다양한 갈등이 있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면 해결될 수 있는 일들도 저마다의 이기적인 생각과 고집으로 더 큰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학교 조직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다 보니 조금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조직 문화가 상하게 되고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와 단합력이 떨어져 학교라는 조직이 무척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소통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그 사람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내가 그렇게 들어주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등 많은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은 서로가 같이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려움을 겪지 않고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갈등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미성숙한 인격을 가진 어린 학생들은 어쩌면 어른보다도 더 많이 다투고 싸우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성장한 성인보다는 많이 서투르고 경험이 적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성격과 인격을 만들어 나간다. 그런 학생 시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교사의 역할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가정에서의 자녀교육과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교직생활을 23년 넘게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을 만나며 학생들의 모습과 태도만 보아도 그 아이의 가정환경과 자라온 성장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자녀의 자존감을 키워주고 바른 인성을 가지도록 자녀 교육을 하는 부모들은 특징이 다양한 여행과 체험학습을 접하여 호연지기와 다양성을 학습하게 해 준다. 자연과 함께 경험하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오감이 발달하게 되고 다양한 곳에서의 즐거움이 좋은 감정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어떤 예능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있다. 어렸을 때 좋은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뭐 하냐고, 나중에 다 잊어버릴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 아이가 그곳에서 가졌던 좋은 경험과 감정은 기억 속에 남게 된다고 말이다. 여행에서의 좋은 감정과 기억이 아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바른 학생들의 특징은 독서를 잘한다는 것이다. 독서를 잘한다는 것에 개념은 책을 스스로 읽고 그 내용에 대하여 상상을 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독서논술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지성이 써놓은 결과물인 책은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간접경험을 하게 하여 지식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또한 조용히 자신의 책을 보는 시간을 가지는 아이들은 집중력도 자연스레 길러지고 어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실력이 키워진다.
우리나라가 평화로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하면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은 교육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적 지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시대였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하고 좋은 관계를 가지도록 하는 소통의 기술도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할 시대가 된 것 같다. 매번 뉴스에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도 관계 속에서 오는 소통이 잘 못 이루어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관계를 맺는 첫 번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웃는 표정과 인사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학교에 오게 되어 만나는 선생님의 반가운 인사와 웃는 얼굴을 보고, 친구들과 정답게 인사를 하고 어제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은 하루가 즐겁게 시작될 것이다. 선생님의 수업이 재미있을 것이고, 쉬는 시간에 즐겁게 놀 것이다. 또 맛있게 급식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가정에서 편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고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다. 그 아이의 하루는 무척 행복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부모님에게 혼난 친구는 어두운 얼굴로 학교에 등교하여 이미 상해버린 기분으로 선생님께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들어가 내 맘 같지 않은 친구들과 말싸움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일들로 다투고 싸우는 하루가 될 것이다. 선생님의 연락에 싸움을 한 아이의 부모님은 또 아이를 가정에서 다그치고 혼내게 될 것이다. 그 아이의 하루는 지옥과 같은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아침 일찍과 저녁 잘 때 혼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분 좋게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부터 누군가에서 시끄럽고 좋지 못한 소리를 듣게 되면 하루의 기분을 망치게 될 것이고 자기 전 들었던 기분 나쁜 이야기는 밤새 잠 못 이루고 악몽을 꾸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여 다음날 아침 무척 피곤한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게 악순환을 하도록 만들고 싶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들을 혼내라. 그럼 아이는 악마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침에 기분 좋은 이야기로, 잠자리 들기 전 편안한 이야기로 마무리해보라. 그럼 아이는 평생 행복한 아이로 자라 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만 더 이해하는 소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너나 나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니까.
이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